"완경 통해 여성은 재탄생한다".. 사회적 통념 부순 보고서

김남중 2021. 4. 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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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겐 월경이 끝나는 시기가 온다.

'완경 일기'는 한 여성 작가가 경험한 완경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자 완경기 여성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완경기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흔드는 선언이고, 완경기 여성을 새로운 인간, 여성의 재탄생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려는 야심 찬 지적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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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경 일기
다시 스타인키 지음, 박소현 옮김
민음사, 368쪽, 1만6800원


여성들에겐 월경이 끝나는 시기가 온다. ‘폐경’이다. 월경에 대한 비하적 뉘앙스가 느껴지는 폐경이라는 말 대신 요즘엔 ‘완경’이란 말이 사용된다. 월경의 완료, 월경의 완성.

미국 뉴욕에 사는 50대 후반의 다시 스타인키는 소설과 에세이 등 여덟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프린스턴대학, 컬럼비아대학 등에서 강의하는 대학교수다. 56세의 어느 날 그에게도 완경이 찾아왔다.

그것은 먼저 육체적 고통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예고도 없이 엄습하는 열감, 옷을 흥건하게 적시는 땀,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는 착란, 지긋지긋한 불면…. 그것은 “상실에 대한 사건”이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의 상실. 폐경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압도적으로 냉소적이고 지나치게 무관심하다. 당신의 육체는,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정신까지도 이제 쓸모없으니 그만 옆으로 물러나 달라는 듯이.

“호르몬(에스트로겐)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적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나의 여성스러움(feminity)은 호르몬의 상실로 너덜너덜하게 마모되어 간다.” 스타인키는 그렇게 완경기에 접어들면서도 뭔가 새로운 감각을 느낀다.

“내가 열감을 느끼면서 생애 최초로 충만하게 경험했던 그 감정은 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내가 영혼과 육체로 나뉜 이중적인 존재라는 것, 고독과 혼란에 시달리면서 스스로의 육체성에서 탈피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내 핵심에 위치한 내적 자아를 지각하던 그 느낌은.”

스타인키는 그것에 대해 쓰기로 한다. ‘완경 일기’는 한 여성 작가가 경험한 완경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자 완경기 여성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완경기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흔드는 선언이고, 완경기 여성을 새로운 인간, 여성의 재탄생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려는 야심 찬 지적 시도다.

스타인키는 고통과 참담함 속에서 완경이 나이 든 여성에게 열어주는 새로운 시야와 가능성을 치열하게 탐구한다. 인간과 똑같이 완경을 겪으면서도 완경 이후의 삶을 온전하게 누리는 고래에 대한 연구는 특히 흥미롭다.

여성은 완경을 통해 더 폭넓은 시야와 식견, 감정, 심지어 섹슈얼리티와 창조성, 열정까지 얻을 수 있다는 스타인키의 결론은 희망이 된다. 스타인키는 자신의 딸과 딸의 세대를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고 했다. 남성들도 읽어봐야 한다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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