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맞을 거, 재밌게 맞자" 빙상선수들의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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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빙상종목 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훈련 전 서로를 다독이며 "어차피 맞을 거, 재밌게 맞자"라는 말을 하곤 했다.
전체 응답자 1251명 가운데 신체 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한 실업팀 빙상선수 비율은 31.2%로 전체 빙상 선수 평균(15.3%)의 2배였다.
성폭력 피해 응답률 역시 실업선수는 17.1%로 전체 빙상 종목 평균(11.4%)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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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빙상종목 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훈련 전 서로를 다독이며 “어차피 맞을 거, 재밌게 맞자”라는 말을 하곤 했다.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이들에게 빙상장은 영광의 무대이면서 폭력이 난무하는 어둠의 공간이었다. 지도자의 폭력은 혹독한 훈련보다 더 두려웠지만 이들은 성적 향상을 위한 ‘훈련의 일부’라고 여겼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15일 공개한 ‘빙상종목 특별조사’ 내용에는 폭력을 경험한 빙상 선수들의 고백이 담겨 있다. 인권위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조사를 진행했다. 2019년 7∼8월 전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 학생선수, 실업선수 등 157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신체폭력은 주로 빙상장 내 라커룸이나 연마실(장비 정비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한 피해자는 “연마실, 여기는 그냥 코치님한테 맞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일보가 비공개 피해 조사 내용을 취재한 결과 한 피해자는 “코치가 때릴 때마다 문을 잠갔다”면서 “맞을 땐 알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감금당했던 게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에는 “스케이트에 끼우는 가죽 날 집으로 등, 엉덩이, 허벅지 등 겉으로 안 보이는 데만 때렸다” “아이스하키 채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 “하키채로 맞아 헬멧이 깨진 사람도 있었다”는 등의 피해 사실이 접수됐다.
피해자들은 되풀이되는 폭력에 무감각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 중학교 여자 선수는 “때리고 욕하는 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같은 것”이라며 “맞는 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 했다. 폭력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건 보호자도 마찬가지였다. 9살 딸을 피겨 선수로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 A씨는 “아이가 코치한테 처음 맞고 왔을 때는 가슴이 떨리고 두려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별 느낌도 들지 않았다”라며 “내가 점점 괴물이 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소속팀이 있는 실업선수의 경우 폭력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전체 응답자 1251명 가운데 신체 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한 실업팀 빙상선수 비율은 31.2%로 전체 빙상 선수 평균(15.3%)의 2배였다. 성폭력 피해 응답률 역시 실업선수는 17.1%로 전체 빙상 종목 평균(11.4%)보다 높았다.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는 학생 선수들은 새벽, 오후, 저녁 훈련 등 매일 4~5시간 이상의 장시간 훈련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물론 수면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인권위는 스포츠 종목 중 빙상계에서 폭력이 심각한 원인으로 일부 지도자가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폭력은) 스포츠 인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 학대로 봐야 한다”며 “메달을 따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성적 만능주의가 남아 있는 한 스포츠 폭력 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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