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저상차, 몸 힘들고 사비로 개조?..왜 해야 하나요"
반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입주민의 갑질"이라며 개별 배송 중단을 선언했다.
이 와중에 전·현직 택배기사라고 밝힌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상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직 택배기사라고 밝힌 B씨는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택배 저상탑 얘기가 나와서 적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누가 같은 가격의 차를 사서 (일반 택배 차량보다) 절반도 물품을 못 넣고 돈도 절반밖에 안 벌려고 할까"라고 했다.
그는 "저상탑이면 (일반 택배 차량보다 물건이 적게 실려 같은 시간 대비) 절반 정도 번다. 거기서 차 값 빠지고, 전용 번호판 보험료 등이 빠지면 뭐 먹고 사나. 더구나 대단지면 3번은 다시 채워서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글에 한 누리꾼이 댓글로 "저상탑으로 배달하는 분들이 있는 거로 아는데 그런 분들은 어떤 사정이 있는 건가"라고 묻자 B씨는 "본사 지원이 되는 회사 정직원일 것"이라면서 "진짜 조금만 배송하고 최저만 버는 분도 있다. 대부분 나이가 많으시다"고 답했다.
실제 회사가 차량을 보유하는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 등과 달리 개인 사업자인 일반 택배 기사들은 100~200만원 가량의 저상차량 개조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택배 기사 입장에서 수입을 늘리기 위해선 차량에 택배 물건을 많이 싣는 게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전직 택배기사라고 밝힌 누리꾼 C씨는 저상차량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C씨에 따르면 저상차량의 경우 택배기사가 허리를 숙이고 작업을 해야 해 엄청난 체력 소모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택배노조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탑 차량을 통한 배송은 허리를 90도 굽히거나 무릎으로 기어서 물건을 싣고 내려야 해 신체적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또 C씨는 저상차량의 물건 적재 공간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택배 특성상 김장철, 겨울철 같은 시즌에는 절임배추, 옥장판, 매트, 생수, 계절별 과일 등을 적재하려면 일반 택배 차량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C씨는 "택배는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업소에서 한 번에 물건을 다 싣고 배송 현장으로 출발해야 한다"면서 "두 번 왔다갔다 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일했던 기준으로 배달 수수료는 건당 700원, 픽업 수수료는 건당 200원 정도였다. 하루 배달 200건, 픽업 100건은 해야 오늘 하루 잘 벌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상 통행 불가) 배달 구역이 좋지 않으면 같은 200건을 배달해도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택배 기사가 배송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나. PDA 찍으면 자동으로 가는 것. 문제는 이 문자가 날아가자마자 '몇 시까지 와라, 어디에 놓고 가라, 빨리 와라' 등 전화기에 불이 난다. 그 와중에 한 번 배송 마치고 다시 영업소에 돌아가 짐 싣고 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A아파트 입주자회의는 "고덕지구의 다른 공원화 아파트 단지들은 이미 모두 저상차량을 통한 지하 주차장 운행 및 배송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왜 우리 아파트 단지만 이의를 제기하고 협상을 요구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롯데택배 기사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아파트 단지 앞에 물품을 적재하고 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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