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영국, '집단면역' 도달? 확진자 계속 2천명대

박정훈 2021. 4. 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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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도 1차 접종 못 해.. 한국보다 사망률 6배 높아, 재유행 우려도

[박정훈 기자]

 2021년 4월 12일 영국 정부가 세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봉쇄 제한을 완화한 날 런던 소호에 있는 술집 밖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 연합뉴스/AP Photo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야외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건배를 한다. 공원과 상점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마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인상을 준다. 현재 한국 언론이 전하는 영국의 모습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영국은 사실상 코로나19 위기를 탈출한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오브 런던(UCL) 연구팀은 "영국은 12일자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라며 면역력을 지닌 국민이 73.4% 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1주일간 영국의 1일 평균 확진자 수는 2306명이다.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하기에는 확진자 수가 너무나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Ourworldindata'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인구의 47.51%(13일 기준)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11.28%에 불과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집단면역' 기준으로 제시하는 접종률 70~90%에 턱없이 못 미친다.

영국은 지금껏 1차 접종 비율을 높여서 사망률과 확진자 수를 줄여나갔지만, 1차 접종만 할 경우 3개월 이후에는 백신 효과의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한 영국 <블룸버그 통신>의 10일 자 보도에 따르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은 UCL과는 달리 현재 면역력을 지닌 국민의 비율을 44%로 보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코로나19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영국 부럽다? 실제로는...
 
 '영국의 집단면역'을 부각시키는 헤드라인.
ⓒ 네이버 뉴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부럽네요, 백신이 돌려준 영국의 일상'(<조선일보>, 4/1)라면서 영국의 현실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도하든가, '[사설] 영국 "내주 집단면역" 전망… 강건너 불구경 신세된 한국'(<디지털타임스>, 4/9)처럼 한국과 비교해서 언급한다.

특히 영국은 지난 12일부터 오랜 록다운을 끝내고 비필수 상점과 야외 식당과 주점등이 문을 열었다. 이를 한국 언론들이 '축제 분위기'라고 전달하면서 영국 관련 기사에는 "부럽다"거나 한국 정부와 비교하는 누리꾼들 반응이 많다.

하지만 미용실, 체육관, 옷가게 등 이번 록다운 조치로 영업이 재개된 곳들은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영업을 이어온 상점들이다. 심지어 영국은 아직까지 실내 식사가 허용되지 않았다. 15일 최대기온이 10도로 쌀쌀한 편인 것을 감안할 때, 원활하게 외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이에 대해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국이 부러운 분들께'라는 글을 올렸다. 장 부연구위원은 ▲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 정부 통제 강도 ▲ 소매점 및 여가시설 이동량을 비교한 자료를 올리면서 "영국이 백신의 빠른 개발, 확보, 접종으로 반전을 이뤄냈다. 그런데 공원 사진 몇 장 보고 '부럽다'거나 '우리 정부가 무능하다'라고 말하는 건 연구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통제도 여전히 우리보다 영국이 더 높고, 소매점 및 여가시설 이동량을 봐도 우리가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더 많고 지금도 훨씬 많다"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도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해서 국민들의 희생을 줄여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데이터를 보면 인구 백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는 영국은 1주간 하루 평균 0.5명이었지만, 한국은 0.08명에 불과했다. 여전히 사망률이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소매점이나 레크리에이션 장소의 이동량 감소도 한국은 사실상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아온 반면, 영국은 12일 록다운 해제 이전에는 50%나 감소한 상태였다. 당연히 정부 통제 강도도 영국이 더 셌다.
 
 한국과 영국의 소매 및 레크리에이션 장소 이동량 비교.
ⓒ Ourworldindata
 
"영국도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 확진자 수 더 늘어날 수도"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상황을 극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에서 축배를 드는 사진과 텅 빈 한국 거리를 배치하는 것을 보라"면서 코로나19 보도가 외국 사례들을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1:1로 비교하면 안 되는 외국의 사례들을 무분별하게 레퍼런스로 가져다 쓰고 있다"면서 "대중을 무시한다는 느낌마저 드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와 백신 보도에는 '팩트와 대안'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한국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조선비즈의 기사.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 방역과 방해 사이' 토론회에서 해당 기사를 문제적 기사로 언급했다.
ⓒ 조선비즈 홈페이지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영국은 접종률이 50%가 넘지 않았지만 집단면역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높아서 인구 1/3, 1/4가량이 이미 면역이 된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집단면역이 되었거나, 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추정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록다운이 풀리면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너무 성급하게 영국에 대해서 보도하는 것도 '속보 경쟁'과 '의도가 있는 보도'의 일환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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