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는 "中 주문사절"..백악관 다녀온 삼성전자 선택은
1분기 14조원대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애리조나주 공장 파견인력 선발하는 등
미국 친화적 행보..삼성전자 부담 늘 듯
기대 이하인 파운드리 실적도 '걱정거리'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와 거래를 끊는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19개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와 화상회의를 하고 ‘반도체 헤게모니 탈환’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미국 편에 서는 모양새다. 인텔이 자동차 반도체 진출 선언에 이어 TSMC까지 ‘바이든의 요청’에 화답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삼성전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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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국 제재 동참…中 업체 주문 거절
15일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중국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飛騰)의 반도체 생산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인 페이텅은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 TSMC와 협력이 끊기면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 중국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 활동에 쓰이고 있다며, 페이텅을 포함해 중국의 관련 기관과 기업 7곳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페이텅이 개발한 CPU는 중국 군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슈퍼컴퓨터에 공급되고 있다.
TSMC는 그간 페이텅이 설계한 CPU를 주문 제작해 왔지만, 미국 제재에 동참해 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만 자유시보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나머지 기업도 TSMC에서 반도체 공급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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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공장 파견할 인재 1000명 선발
중국 고객사와 ‘손절’한 대신 TSMC의 미국 투자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1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공장에 파견할 인력 1000명을 선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빈과일보는 “TSMC는 파견 인력에 기존 연봉의 2배, 주택·차량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 피닉스시 북부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피닉스시 당국과 보조금 등 협상이 지연되면서 공식 계약 및 발표가 미뤄지고 있었다. 현지 언론이 “TSMC가 당초 계획보다 3배 더 많은 360억 달러(약 40조5000억원)를 들여 6개의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게걸음을 걷다가 백악관 요청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TSMC가 중국 고객사에 등을 돌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하자마자 즉각 거래를 끊었다. 당시 화웨이는 TSMC 모바일칩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였다. 지난해 TSMC 고객사 중 중국 비중은 19.4%로 전년(30%) 대비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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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매출 포기했으나 1분기 매출 역대 최대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중국 고객사를 포기하고도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타이완포커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 1~3월 매출 3624억 대만달러(약 14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한 것으로, 영업이익만 1340억9170만 대만달러(약 5조2000억원·36.6%)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TSMC 실적 호조는 60%에 이르는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미국 고객사의 주문량이 늘어난 덕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 아이폰12의 인기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TSMC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TSMC의 이런 행보가 백악관 회의에 함께 초청받은 삼성전자에 ‘간접 압박’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인텔이 파운드리사업 진출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선언한 데 이어, TSMC까지 미국 친화적 태도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 삼성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TSMC와 달리 실적도 기대 밑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지난 1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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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TSMC와 입장 달라…최대한 신중”
이에 대해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TSMC는 중국 내 반도체 양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이른바 ‘큰손’이라고 부를 만한 주요 고객사가 죄다 미국에 있다”며 “중국 시안(삼성전자)과 우시(SK하이닉스)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 기업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 공장이 일종의 ‘볼모’가 될 수 있어 TSMC처럼 미국의 메시지에 노골적으로 호응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 소장은 “다만 삼성전자가 검토 중이던 미국 내 파운드리공장 증설 건에 대해, 백악관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백악관 회동에 참석한 뒤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북미총괄 대외협력 명의의 트위터를 통해 “첨단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와의 대화 자리를 만들어준 바이든 정부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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