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백신 천하.."특허권 풀어달라" 세계의 호소 시작됐다
바이든에 "특허 효력 한시 유예" 촉구
"세계 경제 회복 늦어지면 美도 손해"
美 상의 "희생 강요..부작용 클 것"
전 정부 수반,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 저명인사들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코로나19 백신의 특허 효력을 한시적으로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백신 대란' 속 국가 간 접종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코로나19 극복과 세계 경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서한에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17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서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특허권 잠정 중단은 필수 불가결한 조치이며, 백신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며 “백신 부족으로 인해 세계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미국도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널리 접종되고 있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비롯해 얀센, 노바백스 백신 등은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의 지원을 받아 미국계 제조사가 개발한 것이다. 백신 특허의 효력이 중지되면 개발도상국 등의 제약사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우려 없이 복제약을 만들어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미국의 공공투자 덕에 세계가 이례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세계 많은 나라가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에 머무는 한 세계 경제는 재건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회복 지연에 미국도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올해만 1조3000억 달러(약 1453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백신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정치·도덕적 상황이자 경제적 난센스"라고 칭하기도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백신을 한 명도 맞지 않은 나라는 에티오피아·소말리아‧키르키스스탄‧쿠바 등 50개국에 달한다. 이에 대해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둔 지금이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공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유행 기간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을 일괄 유예하자는 청원을 제출했다. 이에 세계 90여 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도 찬성의 뜻을 표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국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스위스 등은 부정적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약회사들이 생명보다 이익을 앞에 두고 있다”며 특허 효력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 100여 명도 행정부의 입장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이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제약사들의 반발이 큰 데다, 특허권이 존중되지 않을 경우 추후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도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14일 특허권 유예 주장에 대해 “불공평하고 이기적인 이유로 산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지식재산권을 면제하면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미국의 노력을 가로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 로펌 아킨 검프의 한 변호사는 미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 년간 중국과 같은 나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했던 노력이 사라질 것”이라며 “특허 유보가 백신 유통량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걸림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 백신은 생물학적 단백질 제제여서 생산이 까다롭다며 “특허를 유보해도 백신을 생산할 만한 데가 미국이나 유럽 말고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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