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잘알 인데" "김종인 아바타냐"..이번엔 '安-金 대리전'

손국희 2021. 4. 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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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신경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1월 2일 '만화로 보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책 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힐튼호텔에서 김 전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가 나란히 축사를 듣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두드러졌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쟁'이 보궐선거 승리 뒤에도 끝날 줄 모른다. 이번엔 대리전 양상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라디오에서 “신종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며 “주변인들이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식으로 안 대표를 뒷담화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몇몇 야권 인사들이 김 전 위원장의 사적인 평가를 빌어 안 대표를 공격한 것을 저격한 발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선 “안 대표의 어떤 정치적 발언, 행태 때문에 그런 판단을 한다는 건지 직접 이야기하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야권 일각에선 안 대표에 대한 박한 평가가 쏟아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가 국가 지도자감은 아니지 않냐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라이벌 구도’를 지적하는 질문엔 “김 전 위원장이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소장은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딱 세 글자로 얘기했는데 차마 제 입으로 말 못하겠다”며 “그 정도로 안 대표를 정치하면 안 될 사람으로 판단했기에 향후 김 전 위원장의 비판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각종 선거, 창당 등 주요 정치국면에서 출국 등 ‘회피 정치’로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잃은 안 대표 본인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재보궐 선거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국민의당 측은 “김종인 아바타들의 정치 공세”라고 발끈했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비방을 감내하면서 보궐선거에서 발 벗고 도운 안 대표를 일주일도 안 돼 ‘깜냥이 안 된다’고 몰아간다”며 “대선을 앞두고 역할론이 커지는 안 대표를 향한 김 전 위원장과 아바타들의 비뚤어진 견제”라고 비난했다.

김-안의 전쟁이 선거 이후에도 식을 줄 모르는 건 "1년 남은 대선을 둘러싼 신경전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야인 상태인 김 전 위원장을 놓고 야권 일각에선 “금 전 의원과 손을 잡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위시한 제3지대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의 합당 과제를 눈앞에 둔 안 대표는 향후 야권 재편 국면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치 않겠다”며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보궐선거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오히려 두 사람의 충돌 지점이 더 확대됐다”며 “향후 윤 전 총장과의 관계, 야권 대선주자 확정 과정에서 충돌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김 전 위원장과 주변 인사들이 안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윤 전 총장에게 ‘안철수와는 같이 못 한다’는 우회 시그널을 주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떠난 김 전 위원장을 거칠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손짓을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30년 전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느냐”고 적었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노욕에 찬 기술자 정치가 대선 국면을 분열과 혼탁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에 비유하며 “더이상 애정이 없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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