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외치다 노후 어쩌나..파이어족 꿈꾸는 MZ세대
파이어(FIRE)는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경제적 자립을 이룬 다음 조기에 은퇴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를 즐기고 미래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열심히 사는 대신 일찍 은퇴해 즐기자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실제 국내 MZ세대(만 25~39세) 3명 중 2명은 충분한 자금을 모아 조기 은퇴하는 것을 희망한다.
▶파이어족 아끼고 투자하면 가능
한때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했다. 한번 사는 인생(You Only Live Once)이니 원 없이 놀아보자는 뜻이다. 굳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하지 말자는 삶의 방식으로 저축보다는 소비를 추구한다. 물론 이런 ‘욜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살며 돈을 차근차근 모으던 친구가 갑자기 건강을 잃는 경우를 보면 ‘건강할 때 빨리빨리 있는 돈 다 쓰자’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간은 생각보다 오래 산다. 살아갈 날은 많은데 문제는 돈을 버는 시간은 짧다. 대략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 정도 벌어서 100년 가까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소위 ‘장수(長壽)리스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흥청망청 써버리다간 뒷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등 자산은 폭등하는데 노동 소득은 크게 늘지 않으며 젊은 층의 불안감은 더 커져버렸다. 어쩌면 ‘욜로’ 대신 현실적인 대안으로 택한 전략이 ‘파이어’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가 지난 3월 만 25~39세 투자자 25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65.9%가 조기 은퇴를 꿈꾼다고 답했다. 13억7000만 원의 투자 가능 자금(집값은 제외)을 모아 평균 51세에 은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파이어족 은퇴 희망 연령은 미국보다는 10세 이상 높다. 지출을 엄격히 통제해 돈을 모으기보다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은퇴자금을 모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 조사대로 13억7000만 원을 모으면 은퇴 이후 한 해 얼마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을까. 은퇴 자금을 부동산·주식에 투자해 매년 5~6%(세전) 정도 수익률을 기록하면, 원금을 보존하며 연간 원금의 4% 정도를 생활비로 쓸 수 있다. 13억7000만 원의 4%는 5480만 원(월 457만 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19년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부부 기준·268만 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생활을 꿈꿀 수 있는 수준이다.
핵심은 자금을 어떻게 모으느냐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9년 30대 가구 연평균 소득은 6346만 원이었다. 이 중 절반인 3200만원을 매년 투자한다면, 그리고 연 6%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면 13억7000만 원을 모으는 데 21.8년이 걸린다. 만약 연 수익률이 8% 정도면 19.3년, 10% 정도면 17.5년이 걸린다. 물론 만만치 않은 수익률이지만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아이러니한 점은 젊은이는 조기 은퇴를 꿈꾸는 반면, 퇴직자는 ‘일’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퇴직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일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마냥 논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파이어족을 꿈꾸더라도 조기 은퇴 이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설계를 해야 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