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마치 '조직폭력배' 같다? [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1. 4.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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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물

분자생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암세포의 DNA 서열분석, 유전자 전체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여러 가지 암세포의 분자적 특징과 종양의 발생기전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화학물질, 방사선 그리고 미생물 등 암을 일으키는 원인의 상호작용도 분자적 기초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조직폭력배는 ‘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말이 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 일지라도 복잡한 암의 분자적 특징은 조폭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암세포 분자적 특징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많은 암세포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전통적으로 하나의 유전자와 한 가지의 기능 이상만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암유전체의 서열분석을 통해 더 많은 유전자 이상이 발견돼, 복잡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들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2011년 Weinberg 교수는 ‘Cell’이라는 저널에 ‘모든 암에서의 분자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첫 번째는 ‘성장인자 지속방출(sustaining proliferative signaling)’이다. 종양 유전자가 작동하면 외부의 자극 없이도 암세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는 ‘성장억제인자 회피(evading growth suppressors)’이다. 정상 세포는 어느 정도 증식 후 성장을 멈추지만, 암세포에서는 종양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으로 증식이 억제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면역반응 회피(avoid immune destruction)’이다. 암세포는 수많은 변형을 통해 숙주의 면역반응을 무력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네 번째는 ‘무한증식(enabling replicative immortality)’으로 암세포는 마치 줄기세포와 같은 특징들을 가진다.

다섯 번째 특징은 ‘염증반응(tumor promoting inflammation)’이다. 염증반응은 암세포의 증식을 돕고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여섯 번째 특징은 ‘침습과 전이(activating invasion, metastasis)’로 암의 예후가 나쁜 이유이다.

일곱 번째는 ‘혈관 생성(inducing angiogenesis)’이다. 암세포 또한 정상 세포처럼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므로 혈관 생성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특징은 ‘유전체의 불안정성과 변이(genome instability & mutation)’이다. 유전체의 불안정성과 변이로 후생유전학적 변화가 가속된다.

아홉 번째는 ‘세포사 회피(resisting cell death)’이다. 정상 세포와는 달리 암세포는 세포사멸에 저항하는 특성이 있다.

마지막 열 번째 특징은 ‘세포 대사 변화(deregulating cellular energetics)’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는 달리 빠른 성장을 위해 유산소 당 분해 대사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Weinberg 교수의 암의 분자적 특징은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하다.

암의 분자적 특징을 조폭과 비교해보자!

조폭은 학생들(성장인자)까지 포섭해 키운다. 불법행위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억제력(성장억제 회피)이 없다. 온갖 방법으로 경찰, 검찰의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면역반응 회피). 조직은 점점 세력을 키운다(무한증식). 조폭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도시의 우범지대이다(염증반응). 조폭은 다른 정상적인 사업체를 갈취(침습)하고 다른 지역으로 세를 확장(전이)하고 불법 사업장도 열어서 관리(혈관 형성)한다. 그들의 사업은 점점 기형적인 형태(유전체 불안정)를 띤다. 조폭은 절대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는다(세포사 회피). 강력한 사회적 조치(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면역치료)가 있어야 그들을 없앨 수 있다. 이로 인해 조폭은 암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기고자: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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