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모더나..확신없는 얀센
"AZ 물량 효율적 접종 필요
mRNA 백신 추가도입 나서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김지희 기자, 이춘희 기자] 전세계 백신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하던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계획은 또 다시 고비를 맞게 됐다. 우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희귀혈전 사례로 국내서도 30세 미만 접종이 제외된 상황이라 신뢰도 제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도입 예정인 5개 백신이 제때 도입될 수 있도록 범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는 한편 항체유지 기간·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맞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추가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세계 mRNA 백신 확보 비상=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1808만8000회분이다. AZ 백신이 533만7000명분(1067만4000회분)으로 전체의 59%고, 나머지는 화이자다. AZ 혈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얀센 백신도 미국에서 희귀혈전증 논란으로 접종 중단 권고를 받자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정부는 현재까지 "얀센 백신 600만명분의 도입 계획에는 아직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2분기 예정된 얀센 백신의 도입 물량은 10만명분으로 비중이 높지는 않다. 다만 얀센의 혈전 논란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모더나 등으로 번졌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모더나가 오는 7월까지 미국에 2억회분을 선공급하고 미국 외 국가에 대한 수출은 한 분기 미뤄질 수 있다고 발표한 만큼 현재로선 우리나라도 도입 지연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스위스 등보다 늦게 계약을 체결한 탓에 불안감이 더 크다. 현재로서는 ‘올 상반기 1200만명 이상 접종 완료’라는 당초 목표치보다 200만명분 가량 백신이 부족하다. 상반기는 무사히 넘긴다 해도 전체 계약분의 80% 이상이 들어오는 하반기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AZ 신뢰도 높이고 내년 수급 대비= 전문가들은 당장 접종할 백신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효율적인 접종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재 확보된 AZ 물량을 고위험군·고령층 등 코로나19 사망율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맞춰야 한다"면서 "국내 발생 혈전 중 유럽의약품청(EMA)이 AZ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한 ‘혈소판 감소가 동반된 혈전증’은 아직 없는 만큼 접종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유럽·미국 등에서 mRNA 백신 끌어가기에 나서면서 추가 대안 마련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가 변이 바이러스 대응이 가능한 백신 개발에 돌입한 가운데 내년 백신 수급도 준비해야 한다"며 "추가 계약을 검토하지 않으면 도입이 또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추가 도입을 검토할 수 있지만 혈전 논란이 발생한 AZ·얀센 백신처럼 전달체(벡터)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물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백신은 국내서 위탁생산할 노바백스인 만큼 도입 일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국산 백신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현재 국내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5개사가 임상에 진입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임상 3상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혈전 논란으로 mRNA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향후 mRNA 백신 위주로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이라며 "다음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국산 백신은 물론 mRNA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도 "전세계적 백신 수급 대란 상황에서 결국 원부자재는 물론 백신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면서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빠른 시일 내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거리두기 상향해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98명으로 700명대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번 주 환자 발생 추이를 토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수도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격상 검토가 매번 늦어지면서 확산세를 막을 수 없게 됐다"며 "4월 1주 차(4월 4∼10일) 감염재생산지수도 이미 1.12까지 치솟는 등 각종 지표도 악화일로"라고 우려했다.
확산세가 커지고 있지만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이날 0시 기준 4만5520명이 신규 접종을 받아 총 128만5909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이 중 AZ 백신은 95만1712명, 화이자 백신은 33만4197명이 맞았다. 화이자 백신의 2차 접종 완료자는 전날보다 2명 늘어난 6만569명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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