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인터뷰 ③] '원조 얼짱' 문소리 "김연아 같은 여축 스타 기다린다"

허인회 기자 2021. 4.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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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성남] 허인회 기자= 과거 '얼짱 축구선수'로 불렸던 문소리 성남FC U15 골키퍼 코치가 선배로서 여자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소리는 여자 축구계의 1세대 '얼짱' 출신이다. 이민아(현대제철)와 심서연(세종스포츠토토)이 빼어난 외모로 인기를 누리기 이전부터 주목받았다. 2010 독일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대표팀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여자축구 황금세대가 시작됐는데, 그때 주전 골키퍼였다. 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012년 결혼 등의 이유로 22세의 어린 나이에 깜짝 은퇴를 발표하며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지금은 묵묵히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문소리는 비인기 종목에 속하는 여자축구가 팬을 모을 수 있다면 외모를 활용하는 데 주저할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현역 시절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와 준 많은 팬들을 기억했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김연아(피겨스케이팅)와 손연재(리듬체조), 또한 선수 개인의 팬덤이 크게 형성되고 있는 여자배구를 거론했다.


- 과거 '얼짱' 축구선수로 유명세를 떨쳤잖아요. 길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기도 했나요?


"당시 식당이나 택시를 타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셨죠. 돈을 안 받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경기장에 직접 찾아와서 사진 찍고 사인 받아 가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알아보고 다가와 주셨던 것 같아요."


- 축구를 일찍 접으면서 인기가 확 식는 것을 몸소 느꼈을 것 같은데 아쉽지는 않았나요?


"인기가 확실히 줄어들었는데 이것 때문에 아쉬운 건 없었어요. 다만 대표팀 생활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 아쉬웠죠. 어렸을 때부터 대표팀에 대한 꿈을 항상 꾸고 살았으니까요. 지금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긴 해요. 얼마 전에도 팬분들이 훈련장 오셔서 사진 찍고 사인 받아 가셨어요. 재미있는 건 이제 저보다 다른 선수들에 대해 더 궁금하신 것 같더라고요. 사진 찍으면서도 '지소연 선수랑 친해요?'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데 속상한 건 전혀 없어요. 그럴 때마다 '사인 받아 드릴까요?'라고 받아요. 소연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지금도 연락 잘 하고 지내거든요."


- 결혼과 출산 뒤에도 나이가 젊었기 때문에 선수 복귀 제안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최인철 감독님이 첫째 출산하고 나서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고 하신 적이 있었어요. 바로 둘째를 계획 중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웠죠. 합숙 생활이 발목을 잡았어요.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데 제가 합숙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지금도 현대제철, 수원도시공사 빼곤 모두 합숙을 해요. 두 팀도 100%가 아닌 조건부 합숙 제도이긴 해요. 남자 프로팀은 어린 선수 말고는 합숙을 선택할 수 있잖아요. 여자팀은 안 그래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데 합숙이 큰 걸림돌이에요. 서현숙(서울시청) 선수가 현재 결혼을 하고도 합숙 생활을 하고 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예요. 아직 한국은 아이를 낳고 운동하는 게 어려워요."


- 영국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고 들었는데요.


"영국은 애를 둘이나 낳고 계속 뛰는 선수들이 있어요. 원정 경기를 가면 베이비시터를 쓴다고 들었어요. 구단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아플 땐 훈련을 불참해도 이해를 해준대요. 후배들을 위해 개선이 됐으면 해요. 기량이 훌륭한 선수들이 운동을 길게 하고, 좋은 선수들을 더 많이 발굴하려면 바뀌어야 돼요. 전세계에서 합숙하는 나라가 한국, 북한, 중국 정도래요."


- 합숙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클럽하우스가 따로 있는 구단이 얼마 없는데요.


"클럽하우스를 가진 팀이 적기 때문에 보통 구단에서 일반 아파트나 빌라를 빌려서 숙소 생활을 해요. 한 방에 2명 정도씩 들어가요. 사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친구나 후배들이 저한테 그만두고 싶다는 상담을 많이 해요. 그럼 '미쳤냐?'고 욕한 뒤 말려요. '밥 주고, 옷 주고, 재워주잖아. 네가 어디 가서 연봉 5천만 원씩 벌 수 있을 것 같냐?'고 말해줘요. 현재 연봉 상한선이 5,000만 원이거든요. 사회 나가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잖아요. 선수들이 왜 포기하고 싶어 하는지 당연히 알아요. 갇혀 살다보면 다른 일도 해보고 싶거든요. 저도 그랬거든요. 합숙을 하면 돈에 대한 개념도 없어져요. 밖에 나가면 쓰기 바쁘거든요. 합숙을 안 하면 집을 사야 되고,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 법도 배우더라고요."


- 선수 입장에서 합숙의 장점을 찾기 힘든 것 같은데, 지도자로서 봤을 때도 장점이 없나요?


"감독님들이 걱정하시는 건 몸 관리죠.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스스로 몸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몸이 재산이고, 매경기에 연봉이 달려있는데 몸을 망가뜨리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예전과 달리 선수들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어요. 요즘 선수들 보면 외모 관리를 잘 하잖아요. 굳이 선수들이 살 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던데요."


- 선수들이 외모를 가꾸는 추세가 됐어요.


"여자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해요. 예전에는 선배들이 엄청 강압적이었어요. 화장은 물론 선크림도 못 바르게 했거든요. 요즘에는 그런 문화가 사라지면서 선수들이 잘 꾸미는 것 같아요. 다른 종목을 봐도 예쁜 선수들이 조명을 많이 받잖아요. 김연아와 손연재 같은 아름다운 선수들도 있고요. 배구의 경우에도 예쁜 선수들이 많은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요. 여자 스포츠종목의 메리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멋진 남자 선수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외모로 관심을 끄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봐요. 여자축구도 할 수 있다면 해야죠."


- 여자축구의 인기가 큰 대회에서 성과를 이뤘을 때 반짝하다가 금방 식는 느낌이에요.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 외모 말고 또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요?


"최근 크게 놀랐던 일이 있었어요. 여자 아마추어 축구 대회를 열면 4~50개 팀이 참가를 하더라고요. 대학교마다 여자축구 동아리도 꼭 있고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구에 관심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런데 막상 선수를 하려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좋은 선수가 많아야 그만큼 인기도 늘어나거든요. 선수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하는 게 첫 번째 일 것 같아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딸에게 축구를 시키는 것 자체가 아직 낯설 거예요. 동네마다 여자 아이들을 위한 축구팀이 있다면 취미로 시킬 것이고, 그러다보면 좋은 선수 발굴로도 이어질 텐데요. 클럽 활성화를 위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여자대표팀이 황금세대라고 하잖아요. 지소연 같은 선수들이 은퇴하면 누가 남을까요? 장창, 추효주처럼 이제 뜨는 선수들이 은퇴하면요? 계보가 쭉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지금 초등학교 팀 같은 경우에는 선수가 7~8명밖에 없어서 못 나가는 경우까지 발생하거든요. 이게 현실이에요. 여자대표팀이나 WK리그만 따지면 운영 잘 되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게 뿌리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여자축구 자체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부터 잘 길러내야 돼요. 한국이 약 2,000명 중 가장 잘하는 선수를 뽑고 있는 실정이라면, 중국과 독일은 약 20,000명 중에서 선수를 선발하고 있어요."


- 기반이 축구 강국에 비해 약한 게 사실인데도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꾸준히 나오잖아요.


"정말 대단한 일이죠. 유럽에서도 톱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에요. 이탈리아에서 한 달 동안 교육받을 때 느낀 건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가 엄청 좋다는 거였어요. 유럽 선수들이 예상 외로 기본기가 안 갖춰져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국은 일반적으로 어릴 때부터 오른발과 왼발 모두 다루는 법을 배워요. 개인 능력만 보면 절대 뒤처지지 않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런 선수들이 나오는 나라의 유소년 시스템이 약하다는 게 안타깝긴 해요. 대한축구협회에서 무료로 여자축구 교실을 열어 운영하고 있는데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부모 입장에서 여자 아이에게 축구시키는 것 자체가 낯선데, 굳이 돈까지 내면서 배우게 하는 건 더 부담스러울 거예요. 여자축구 활성화가 잘 이뤄지고 후원까지 늘어나면 재능을 피울 수 있는 선수들도 늘어날 거라고 봐요."


- 지금 성남 유스팀에서 코치로 근무하고 계신데, 여자축구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은 운영 방식 등이 있나요?


"산하팀 시스템이 정말 훌륭해요. 12세, 15세, 18세까지 쭉 이어진 뒤 프로 1군 팀까지 가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여자축구에 도입되면 진짜 혁명일 거예요. 영국은 리버풀우먼, 첼시우먼 등이 있잖아요. 성남우먼, FC서울우먼 같은 팀이 운영되면 어떨까 상상하곤 해요. 기존 성남, 서울 팬이 여자축구의 존재를 알고 한번쯤은 응원을 하러 가지 않을까요? 서포터스도 있으니까요. 축구 좋아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딸이 프로 산하팀에 들어간다고 하면 부담 없이 축구를 시킬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아주 많겠지만요."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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