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도 확진됐는데 방과후학교만 중단?
[이진욱 기자]
▲ 세종시의 '방과후강사발 확산' 보도에(사실은 스포츠강사임이 밝혀졌다) 많은 학교들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
ⓒ 온라인 갈무리 |
지난 4월 1일까지 세종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로 2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큰 파장을 낳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4개 초등학교가 등교를 중지했다. 언론이 '방과후학교 교사 발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자, 이를 접한 세종시의 많은 학교가 방과후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또한 4월 초 전북에서 발생한 학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여러 학교가 등교를 중지했다. 특히 전파자 가운데 한 명이 방과후학교 강사라는 점이 불쏘시개가 됐다. 전북도교육청은 8일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에 2주간 방과후학교 수업 중단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고 학교들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관련 없는 학교들에서 방과후학교를 수강하는 학생들과 강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도 없고, 아무 관련도 없는 학교에서도 교과수업과 돌봄교실은 하면서 막연한 불안감으로 방과후학교만을 중단한 것이다.
세종시 확진자의 시작은 사실 방과후학교 강사가 아닌 스포츠강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일부 언론들이 인터넷판 제목과 내용을 고치기도 했으나 보도를 접한 많은 학교가 이미 수업을 중지했고, 강사들과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이하 노조)가 항의하고 나서야 일부 학교가 보강 등 대책을 내놓았다.
전북지역 확산의 경우는 교육청이 직접 '방과후학교 수업 중단 권고' 공문을 보내 대다수의 학교가 수업을 중단하였고, 방과후학교 강사들과 노조는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방과후학교만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방과후학교 강사만 위험인물로 보는 것에 대한 항의이다.
특히 전북 방역 당국은 공문에 '활동 자제'라는 표현으로 도 교육청에 요청했는데 교육청은 이를 '방과후 수업 중단 권고'라고 학교에 전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육청이 권고라고 해도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널리 알려진 불문율이다. 교육청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교사, 학생, 방과후학교 강사가 함께 확진되었는데 이와 관련 없는 다른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만을 차별하기도 한다. 교과수업과 돌봄교실은 모두 원래대로 하는데 방과후학교 수업만 중단하는 것이다. 방과후학교만을 위험한 것으로,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위험인물로 간주한 차별적인 운영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학교강사지부 전북지회 이남의 지회장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방과후학교만을 차별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라고 밝혔다. "확진자가 나왔던 학교에서도 지금은 2/3 등교를 하고 있는데 방과후학교만 하지 않고 있다. 명백한 차별이다"라고도 했다.
수도권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에게 감염 확산이 있었을 때도 동선이 겹친 학교들은 수업 중지를 하고 역학조사를 하지만, 관련 없는 전체 학교에 교육청이 수업 중지를 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 비판과 항의를 받고서야 전북도교육청은 '빠른 시일 안에 운영 재개, 보강 기회 제공, 학습권 보장'을 다시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
ⓒ 최영심 전북도의원 페이스북 |
한국기자협회가 2020년 4월 수정 공표한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서 정하는 정보공개의 범위로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접촉자 현황'을 명시하고 있지만 환자의 직업이 들어있지는 않다.
전북도청의 코로나19 일일브리핑에서도 발생지는 '초등학교 관련'이라고만 나오지 확진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 이는 모든 지자체의 코로나19 일일브리핑에서 같은 원칙이다. 그런데 언론보도에는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며 '방과후학교 강사발'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신천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이 있었을 때도 확진자의 직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교육청이 나서서 방과후학교를 차별한 것도 비판받고 있지만, 방과후학교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널리 깔려있는 학교 현장의 인식도 문제다. 세종시는 교육청이 수업 중지를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학교들이 먼저 나서서 수업을 중단했다. 경기도 광명시의 ㄱ초등학교는 지난 4월 초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교과수업은 그대로 하면서 방과후학교 수업만을 자체적으로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교육청의 성급한 행동이 도마에 오르자 전북도교육청은 13일 공문을 통해 '중단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미운영한 프로그램의 보강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에게는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많은 비판과 항의를 받고서야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학교만 위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존재한다. 또한, 중단에 대한 보강 등 대책은 학교마다 제각각이고 명확한 지침이 없으며 보강 일정 확보도 안되는 학교의 경우 보상 대책이 전혀 없다. 피해는 학생들과 방과후학교 강사들만이 입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은 방과후학교 탓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길바닥의 돌멩이가 발에 차여도 방과후학교 탓이다. 21세기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주홍글씨이고 불가촉천민이다. 마녀사냥이 따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모든 것이 공정하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공동체의 누군가를 위험인물로 낙인찍고, 교육권과 평등권, 노동권과 생존권을 박탈하였다는데 우리 강사들과 노조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심 전북도의원은 "전북도청에서 '외부 강사를 통한 학습 자제'를 요청한 것은 맞다. 도청의 이런 차별도 잘못이지만, 학교 실정을 잘 모르는 도청의 요청에 교육청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이번 일로 학생들과 방과후학교 강사는 물론 방과후학교 관련 업무를 하는 실무사, 보조인력(방과후코디)도 업무에 혼돈이 생겼고, 방과후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몰려 돌봄전담사도 업무가 일시적으로 폭주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비정규직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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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입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보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문의와 상담을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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