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변요한, 4년의 공백기를 내공으로 채운 '자산어보'

류지윤 2021. 4. 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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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느껴
일본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5월 개봉
ⓒ사람 엔터테인먼트

'자산어보' 서문에 짧게 언급돼 있는 창대란 인물을 이준익 감독이 스크린에 소환했다면, 변요한은 그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성품이 신실하고 정밀하여 물고기와 해초, 바다새 등을 모두 세밀히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질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만 하다'는 창대는 변요한의 숨으로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변요한에게 연기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변요한은 평소 존경하던 이준익 감독의 작품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니 배우로서 많은걸 배워갈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직감했다.


"지금까지 연기하며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다 봤어요. 설경구 선배님의 작품도 제 베스트 안에 꼽혀 있고요. 존경하고 동경하는 선배님이자 감독님과 함께하게 되니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창대의 용기와 불안함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이준익 감독님을 향한 존경과 믿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커요. 좋은 감독이기 전 좋은 어른이라는 걸 느꼈어요. 어린 나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분들과 대화가 가능한 분이세요. 그런 감독님과 같이 작업한 것에 대해 영광이었죠. 새로운 영감을 얻어간 현장입니다."


극중 창대와 정약전은 벗이기도 했다 서로의 스승이 되어준다. 변요한은 카메라 안에서 창대로 설경구와 연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선배님은 옷을 미리 준비하고 오세요. 긴 장대사도 한 번에 하시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후배로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어요. 사적인 모습은 너무 따뜻한 분이었어요. 선택하는 언어와 행동들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멋있기도 했고요. 설경구 선배님은 계산적이지 않고 마음이 따뜻하고, 공과 사가 명확한 분이란 걸 알았어요."


'자산어보'는 흑백으로 촬영됐다. 흑백 영화는 색채감이 없어 배우의 표정과 눈빛, 주변 풍경의 형태들의 움직임이 강조된다. 변요한은 흑백 영화인 점을 감안해 창대를 표현하기 위해 기능적인 것들을 준비해갔지만, 이내 다 지워냈다.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그래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뭘 하려고 하면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디렉션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무언갈 더해서 창대를 만들기보단 본질적으로 다가가고 서툴더라도 창대로서 말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랬더니 조금 수월해지는 걸 느꼈어요. 흑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이번에 또 느꼈어요."


ⓒ사람 엔터테인먼트

변요한은 창대를 연기하기 위해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고, 노를 젖는 법, 생선 손질 등을 배웠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창대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았다고.


"출연을 확정한 후 사투리 구사할 분들을 총 동원했어요.사투리를 구사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눴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습득됐어요. 너무 깊게 들어가면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못 알아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준점을 잡았어요. 또 시대 노를 젖는 법, 헤엄치는 법들도 배웠지만 창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를 표현하는게 문제였지, 나머지는 힘들지 않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배우에게 디렉션을 따로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배우가 본연의 것을 꺼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속 청년 창대의 모습은 자신의 공이 아닌, 온전히 변요한의 노력 덕분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감독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풀어주세요. 그걸 지키려고 마음 놓고 들어가 버리니까 조금은 서툴더라도 오케이 컷이 떨어지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만드셨던 틀 안에서 저는 놀았을 뿐입니다. 저는 그저 거짓말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가 자신을 많이 바뀌게 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진해졌다.


"정말 많이 바뀌어서 어떻게 바뀌었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요. 연기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애정을 갖게 된 것들이 의미가 있어요."


자료가 없는 실존 인물을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작업부터 이준익, 설경구, 이정은 등과의 촬영은 앞으로 다시 없을만큼 만족감을 느꼈다. 변요한은 이들을 보며 '진짜 어른'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고민해보기도 했다.


"장점만 보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누군가의 단점을 봐야 지적하고 변화하겠지만 장점만 보고 단점은 눈 감아주는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전 해보려고 해도 안됐어요. 그런 분들을 저는 만난 거고요. 말주변이 뛰어나지 못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믿어주고 지켜주는게 좋은 어른의 일인 것 같아요."


변요한은 지난해 영화 '보이스' 촬영을 마쳤고 한효주와 함께 출연한 일본 영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김한민 감독의 '한산:용의 출현'에도 참여한다. 4년의 공백이 아쉬웠던 팬들이라면, 올해는 조금 더 단단해진 변요한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여러가지 모습으로 인사 드리고 싶어요. 제가 연기를 너무 사랑하더라고요.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삶을 확장하고 대중에게 좋은 영향과 영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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