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관악구 모자 살인' 남편 무기징역 확정

"간접증거 증명력으로 범죄사실 인정"

대법원 ⓒ연합뉴스

잠자던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한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의 범인인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모(43)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15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조씨는 2019년 8월 21일 오후 10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 안방에서 잠자던 아내 A씨와 6살 아들 B군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에선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CC)TV 등 명백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조씨는 범행 당일 오후 8시 56분쯤 집에 들렀고 다음날 새벽 1시 35분쯤 집에서 나와 자신의 공방으로 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방문한 A씨 아버지에 의해 이뤄졌다.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에 조씨가 피해자들과 함께 있었던 점을 근거로 조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검찰에 넘겼다.

당시 조씨는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잠을 잤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도 아내와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잡고 싶은 아빠"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 추정은 국내의 학설이나 대다수 법의학자의 견해에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제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합리적 의심으로 보기 어렵고, 조씨가 부인과 갈등 관계였으며 범행 전후 조씨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추정 시간 증거는 법의학적 신빙성이 있다"며 "사망 추정 시간과 피고인이 집에 머문 시간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증거는 반드시 직접증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망 시간 추정이나 3자의 살해 가능성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 살인 동기 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