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문제제기 가로막는 행정, 권위의식 내려놓아야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2021. 4. 15. 12: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재수첩] 민주주의 근간 이루는 언론자유, 더 이상 침해되어선 안 돼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사건의 시작은 '강남에 살고 있는 서울 은평구 부구청장을 모시러 새벽마다 공무원이 가는 건 과잉의전'이라는 보도였다. 관용차량 사용일지를 모니터링하다 담당 운전원이 부구청장의 출퇴근을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은평구청을 출발하고 퇴근업무까지 마치면 저녁 9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납득이 되지 않았다. 강남에 사는 부구청장이 은평구청으로 출근한 후 업무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고 운전원이 두는 건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은평에서 강남까지 매일 모시러 가고 퇴근 이후에는 다시 모셔다 드린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중간 중간에 쉰다고 한들 운전원이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과잉의전이었고 행정력 낭비였다. 은평구청은 부구청장은 공무원을 만나 결재도 해야 하고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 19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출퇴근을 도왔다고 했다. 운전원도 본인이 원해서 나선 것이며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받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항변했다. 

보도 이후, 시정할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겠다는 답변 대신 돌아온 건 언론중재위 제소였다. 언론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취재는 이어졌다. 운전원은 적절한 수당을 받고 있을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부구청장을 출근시킨 뒤 운전원은 곧바로 관내출장을 나갔다 오후 1시 무렵이면 들어오고 곧바로 다시 관내출장을 나가고 있었다. 매월 초부터 시작된 관내출장은 중순 무렵을 넘어서면 멈춰졌다. 왜 그럴까? 매월 받을 수 있는 수당이 한정되어 있어 그 수당금액에 도달하면 더 이상 출장을 나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하나 의문점은 운전원이 본래 하는 일이 운전인데 관용차량을 이용해 관내출장을 다녀왔다고 수당을 주는 일이 적절한가였다. 

이와 관련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관내출장비는 실비변상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출장 시 실비가 든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업무의 수당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출장비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은평구청은 공무원여비규정에 따라 관내출장비를 지급하고 있다. 때문에 은평구청이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운전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이런 합리적인 질문에도 언론중재위 제소를 택했고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에서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것이지 행정의 생각과 다르다고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반론보도를 싣는 것을 제안했지만 은평구청은 "정정보도가 아니면 의미 없다"며 퇴장했고 결국 조정불성립되었다.   

며칠 전, 법원으로부터 소장이 도착했다. 은평구청이 '운전원에게 출장여비 지급이 가능할까?' 기사를 두고 이번엔 정정 보도를 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대한민국 서울 은평구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이라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혹여 잘못 보도된 게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취재 대상의 반론권도 충분히 보장해야 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정정보도도 해야 한다. 

하지만 작은 지역 언론의 정당한 기사를 짓밟으며 권위를 내세우려 하는 행정의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운털이 잔뜩 박힌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4.7 선거광고도 받지 못했다. 높으신 분이 은평시민신문을 콕 짚어 여기는 광고를 주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은평시민신문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찾아온 또 다른 높으신 분은 "신문이 비판기사 대신 좋은 소식을 전하면 도와줄게 많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기도 했다. 

유행하는 말로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한마디만 전하고 싶다.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은평의 민주주의 어떻게 될 것인지 많은 시민의 관심 부탁드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