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이자 일부 관료들의 꿀단지가 된 소년원 [소년원 이야기]

최원훈 2021. 4. 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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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이야기 16] 소년원과 소년원 교사의 존재 이유

[최원훈 기자]

[기사 수정 : 5월 17일 오전 8시 10분]
 
 한 소년원의 모습
ⓒ 최원훈
 
지난 기사(관련기사 : 소년원은 감옥이 아니다  http://omn.kr/1scz6 )에서 소년원의 혁신은 적폐를 극복하고 청산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년원이 혁신의 대상인 이유는 최근 보도한 기사(관련기사 : 시간 때우며 재범 모의하는 무법천지 '소년원' http://omn.kr/1s97r )에서 언급했듯, 소년원이 재사회화 과정을 통해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도와 사회로 복귀시킨다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의 사각지대, 소년원

법무부는 탈검찰화 이후 범죄예방정책국(범정국) 국장과 주요 과장 자리에 보호직 공무원을 임용했다. 범정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속기관인 10개의 소년원과 1개의 소년분류심사원을 운영하고 있다.

4인 1실 혹은 10명 이상이 1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소년원의 수용환경은 필연적으로 계급을 만들고, 호실은 위계질서를 통해 돌아간다. 소년원에 2회 이상 입원한, 소위 고참 행위를 하는 상습 범죄소년들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다수의 하참들에게 폭력, 욕설, 갈취, 협박, 강요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는다.

소년원 교사의 사명은 보호소년의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과 상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만, 상습 범죄소년의 고참행위와 수용악습을 근절하고 지도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개선 의지가 없는 상습 범죄소년 또한 포기하지 않고 교화하는 것이 소년원 교사의 업무이므로 끊임없이 생활지도와 심층 상담을 한다.

지도 과정에서 일부 소년은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며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교사가 보호장비를 사용하여 난동을 부리는 소년을 지도했더니, 소년은 자신이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법무부 인권국에 진정을 했다. 해당 교사는 본부의 조사를 받고 징계를 받은 후 타 기관으로 문책 인사 조치됐다. 심지어 소년이 교사를 폭행해도, 범정국의 관료들은 가해 소년을 엄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소년원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범정국의 요직을 차지한 일부 관료들은 소년원의 수용질서 확립과 교육 내실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승진과 실적만을 추구하며 스스로 권력화된다. '소년보호'라는 법무부 소수직렬에 대한 여론의 무지와 무관심은 때로는 이들의 독주와 전횡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들은 '수용안정'을 볼모로 삼고 모든 책임을 현장 직원들에게만 전가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외면함으로써 소년원의 수용질서를 스스로 무너트린다.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견제도 받지 않는 일부 임명직 관료들에게 소년원은 '꿀단지'나 다름없다. 

이들은 소년원이라는 꿀단지를 자신들만의 밀실에 모셔놓고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꿀단지의 존재를 숨긴다. 외부인사들이 소년원을 방문하면, 유니폼을 멋지게 차려입은 상습 범죄소년들이 좋은 시설에서 바리스타, 제과제빵, 헤어디자인, 자동차 정비, 특수용접 등의 실습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2021년, 소년원의 참모습이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반대로 가는 범정국

이 꿀단지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범정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소년원을 학교화 한다는 명분으로 유례없이 7급 교사 특채와 7급 분류심사 특채를 대거 임용했다. 이때 임용된 소년보호직 공무원들은 담임 업무 등의 현장 경험을 쌓을 시간도 없이 고속 승진하여 6급 관리자가 되고 이후에 사무관, 서기관이 되었다. (일반학교에 비유하자면, 교실에서 수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교사가 교감, 교장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 상당수는 소년원의 수용환경 및 교육방식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본부 근무를 독점하며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쥐고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으로 소년보호기관을 좌지우지 해왔다. 당시 7급 공채 출신의 공무원이 2000년대 초·중반에 소년보호직의 수장이었던 소년과장이 되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들은 소년원 교육의 내실화와 현장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기득권을 유지하고 더 많은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기관을 신설하는 등 외연 확장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공공기관으로서는 유례가 없는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3개의 소년원과 6개의 소년분류심사원이 폐지되고 말았다.

위의 문제로 인해 소년보호라는 목적이 분명한 공공 관료제 조직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기관보다는, 소년원과 교사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사조직에 가까웠다. 그 결과 승진은 개인의 업무수행능력이 아닌 가시적인 업무 성과, 인맥과 대인관계, 의전과 보고 능력에 따라 결정되고 조직 내 핵심 직책은 그 역할에 맞지 않는 직원들로 채워졌다. 이로 인해 범정국의 정책은 현장 목소리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소속기관을 실적으로 줄 세우고, 이 실적들을 홍보하기 좋은 행사로 포장해서 언론에 배포하기 바쁜 것이다. 

소년원과 소년원 교사의 존재 이유
 
 소년원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응시하고 있다
ⓒ 최원훈
 
뭐 그러거나 말거나, 다수의 보호직 공무원들은 열악한 수용환경과 교육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소년원 학생들의 선도와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행청소년 생활지도의 전문가인 담임교사, 교과교육 담임, 직업훈련 교사, 상담교사, 특수교사,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전문분류심사관, 상담조사관... 소년법의 이념과 목적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호직 공무원들이다. 그러니 소년보호기관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고,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는 소년들이 있는 것이다.

수년 전, 필자가 소년분류심사원에서 담임을 맡았던 소년이 있다. 당시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소년은 부의 가정폭력을 피해 학교를 자퇴하고 가출한 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절도와 도로교통법위반으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었다.

소년은 비행환경과 차단되어 규칙적인 생활과 인성교육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고, 면회와 서신을 통해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년은 법정에서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받았다.

소년은 소년원 재원 중 담임 교사와 교과 교육 담임들의 열정적인 지도로 고졸 학력 검정고시를 열심히 준비하여 합격했다. 퇴원 후에는 군 입대를 앞두고 대형마트에서 성실하게 일했다. 지금은 22살 청년이 되어 공군에서 현역병으로 복무 중이다. 전역을 앞두고, 어릴 적 꿈인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공군 부사관 후보생에 지원하여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 소년원 선생님들은 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셨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

" 선생님들이 제게 검정고시 수업을 해주시고 인생에 대해 얘기해주시던 소년원의 교실, 창가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던 상담실, 담임 선생님이 생일 축하한다며 사비를 들여 사주신 생일 케이크와 짜장면,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항상 선생님들 말씀 안 듣고 애들 괴롭혀서 근신실에 가던 친구조차 그립네요. ㅎ "

소년원에서 인권이란 무엇일까?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세월이 지난 후 가슴속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그리움과 추억이 아닐까?

소년원의 질서를 해치고 동료를 괴롭히며 교사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하는 소년에게 손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없었던 일로 해주는 것이 소년의 인권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일까?

소년원이 상습 범죄소년의 인권놀이를 위한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꿈을 위해 인내하며 생활하는 소년이 고참문화와 수용 악습에 의해 인권침해를 받으며 좌절해서도 안 된다.  이를 방조하고 현장 직원들의 인권을 외면하는 관료들의 꿀단지가 되어서도 안된다. 

비행청소년을 교화하여 가정과 학교로 복귀시키는 일은 보호직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헌법 제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이것 봐! 우리 사회는 살만한 곳이야, 너희들이 엇나가고 범죄를 저지르려고 해도, 기성세대와 사회는 너희들이 비행환경에 접근하고 물들려고 하는 걸 허용하지 않아. 훔친 장물을 처분할 데도 없고 무인모텔에 드나들 수도 없어. 조건만남에 응하는 어른들도 없고 무면허로 차를 빌릴 수도 없어. 술과 담배도 살 수 없고 인터넷 도박도 할 수 없어. 이제 돌아가. "

사회를 조금만 바꿔보면, 사회가 조금만 건강해지면, 소년범죄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들에게 소년원은 사회의 전부이고 집이자 학교이다. 따라서 소년원이 인권놀이를 위한 놀이터나 관료들의 꿀단지가 될 필요는 없다. 소년원은 가장 진보적인 학교가 되어야 하고, 가장 청렴한 공무원들의 일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관료들이 컴컴한 밀실에 모셔두고 번갈아가며 지키고 있는 소년원이라는 꿀단지를 광장으로 소환하여 소년원을 혁신하고자 기사를 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꿀단지를 안고 있는 관료들이 소환에 쉽게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 광장의 화두는 검찰 개혁이나 부동산 정책 같은 거대 담론이라는 것을 언론을 통해 매일같이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광장에 자리를 잡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언젠가는 국민이 관료들을 광장으로 불러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년원 혁신을 위한 '소년원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시민기자이고,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은 광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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