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시름하는 中企.."전용 전기요금제 도입을"
"경제회복 지연..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공장처분 1773건..재고 늘고 생산 감소
스마트공장 확대, 공정거래 필요성 강조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코로나19 이후 종업원 수가 10명 이상 줄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코로나 이전 대비 30% 이상 올랐고요.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주 기준이 아닌 출고 기준으로 단가가 책정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납품 단가는 계속 동결입니다."(선박밸브 제조업체 A사)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성·청년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는 줄고 매출과 생산도 감소했다. 지난해 저조한 경영실적에 대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화와 공정 거래환경 조성,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는 1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중소 제조업의 경영 변화를 살펴보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제 발표를 맡은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코로나19 경제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중소제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중소제조업의 생존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소 제조업의 각종 경영 지표는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 취업자 수는 354만6000명으로 최근 3년간 18만여명 줄었다. 300인 이상 제조업체가 같은 기간 9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특히 중소 제조업에선 여성, 청년 취업자 수가 각각 11만7000명, 13만9000명 줄면서 고용 감소세를 이끌었다.
중소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들면서 전체 중소기업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4%에서 지난해 14.6%로 줄었다.
작년 중소 제조업 생산과 출하는 2019년보다 각각 4.3%씩 감소했고, 재고는 0.8% 증가했다. 공장가동률은 68.7%로 전년 대비 4.6%포인트 줄었다. 또한 지난해 전국 산업단지 공장 처분 건수는 1773건으로 전년 대비 19.5%(289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고 기계설비 매물은 636건으로 전년보다 48.3%(209건)나 늘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도 경영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투자, 고용 모두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란 응답 비중이 '증가 응답' 비중보다 높았다.
또한 중기중앙회의 '중소기업경기 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경영상 애로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62.1%), 원자재 가격상승(46.6%), 인건비 상승(42.2%), 업체간 과당경쟁(31.6%) 순으로 나타났다.
노 단장은 "중소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을 줄이지 않으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사업재편과 업태 전환 촉진 ▲중소기업 사업주-근로자, 대-중소기업 등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 강화를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강형덕 중기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부담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비 40~50%를 30% 이하 수준으로 경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 실장은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 중 열처리 등 전력다소비 업계는 제조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업체당 12.2%에 달한다"며 "산업용 전기료는 주택용에 비해 생산원가가 낮음에도 전기요금은 높게 부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6월, 11월의 경우 전력예비율이 봄·가을철과 유사함에도 요금은 여름·겨울철 요금을 적용해 업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되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자율 생태계가 구축돼 '납품단가 제값주기'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직무훈련, 글로벌 공급망 관리 등 많은 어려움이 디지털 기술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에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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