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X는 숙청, 미스터 Y 경질..북일 비선채널 수년전 끊겨"
납북문제, 북일교섭 등에 다리놓는 역할
미스터 와이, 수년 전 일본과 연락 끊어
"김정은과 회담 원하는 스가 총리에 타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대화하고 싶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일본과 북한 간의 비선(秘線) 채널은 수년 전에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도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북일 수뇌 간을 직접 이어주던 막후 채널이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을 잇는 비선 채널이 작동하기 시작한 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2002년 방북 전후부터다. 당시 일본 정부 내에서 '미스터 엑스'(Mr X)라고 불리던 인물이 활동했는데, 그는 북한의 옛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간부였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성사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2011년경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인물이 미스터 엑스의 부하였던 '미스터 와이'(Mr Y)다. 일본어에 능통한 미스터 와이는 중국과 몽골 등에서 일본 측과 수시로 만났으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 등에 관여했다. 일본의 대북제재 완화를 명기한 2014년 스톡홀름 합의 당시 북한 측 비밀교섭 창구 역할을 했고, 납북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가 2014년 몽골에서 손녀(메구미의 딸)와 상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터 와이는 수년 전 심혈관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일본과의 연락을 끊었다. 북일 간 교섭이 진척되지 않아 경질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후 북일 간에 극비리에 교섭할 수 있는 채널이 복원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현재 북일 교섭 업무는 북한 외무성 송일호 대사가 맡고 있지만 권한을 가진 비밀협상 역과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 측에서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보국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내각정보관 시절부터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으나 북일 관계에 진전은 없는 상태다.
교도통신은 미스터 와이를 끝으로 북일 간 비밀교섭 채널이 막힌 현 상황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원하는 스가 총리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들며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해상보안청은 15일 일본 연안에 표류한 북한 선박의 수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13건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 141건에서 9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북한이 동해에서의 불법 조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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