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중 갑자기 '눈 찢기' 포즈..伊 유명 MC 인종차별 논란
이탈리아의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 중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slanted-eye)’ 포즈를 하고, 발음을 비하하는 등 인종차별적 언행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및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Canal5)’에서 지난 13일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 라 노티치아(Striscia la Notizia·뉴스가 기어간다는 뜻)’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진행자인 게리 스코티와 미셸 훈지커는 이탈리아 현지 공영방송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지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양쪽 눈을 찢고, 어설픈 억양으로 ‘RAI’를 ‘LAI’로 발음했다. 이는 서구권에서 동양인들이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흉내 내 비하한 것이다.
유명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창업한 업체가 보유한 카날5의 이 방송은 당시 46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내부 폭로·고발 등으로 알려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등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특히 두 진행자가 평소 성 소수자(LGBTQ) 및 여성 권리 신장을 주장해 왔던 점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방송 진행자인 미셸 훈지커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과 영상을 올렸다. 미셸 훈지커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시점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셸 훈지커의 사과 영상 글에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 있기는 하는가”라거나 “당신이 한 행동이 인종차별적이었단 것을 ‘몰랐다’고 하지 마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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