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동이 뭐예요?' 팔색조 류현진, 사이영상 페이스 타나

김태훈 2021. 4. 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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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동부 양키스 공포까지 떨쳐..2019시즌 보다 좋은 출발
경기마다 바뀌는 결정구..특정 구종 의존 없어 타자들 고전
류현진 ⓒ 뉴시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강력한 타격을 자랑하는 팀들이 한데 모여 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 흔히 ‘알동’으로 불린다.


2019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을 놓고 “통하지 않을 것” “빅리그 타격의 진짜 매서움을 맛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류현진은 모든 우려와 편견을 성적으로 잠재웠다. 내셔널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2.98인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2.51을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도 크게 향상(8.1->9.5)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치른 지난해, 류현진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며 토론토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자신감을 충전한 류현진은 올 시즌 초반,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투구로 빅리그 정상급 투수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전 투구는 압권이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볼파크에서 펼쳐진 ‘2021 MLB’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2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점) 호투로 시즌 첫 승리(통산 60승)를 수확했다. 삼진 7개를 빼앗는 동안 볼넷은 단 1개만 허용했다.


최고 스피드 시속 149km를 찍은 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커터(33개) 체인지업(22개) 커브(14개)를 고르게 뿌리며 양키스 타선을 틀어막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89(기존 2.92)까지 내려갔다. 지난 2경기에서 1개씩 허용한 홈런은 이날 없었다. 정타도 거의 없었다. 대량실점 위기도 없었다.


류현진의 힘 있는 직구와 예리한 변화구 앞에서 애런 저지-게리 산체스-애런 힉스-루그네드 오도어로 구성된 양키스 중심타선은 모두 삼진을 당했다. 지안카를로 스탠튼도 몸쪽 체인지업에 병살타를 치고 돌아섰다.


정교한 제구와 지능적인 볼 배합 덕이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에서 꺾어져 들어오는 백도어 커브와 몸쪽에 붙는 커터, 바깥쪽에서 들어오다가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찔러 넣었다.


각이 줄어들고 구속이 붙은 커터(평균 구속 138.4km)는 체인지업과 시너지를 일으켰다. 양키스 타자들이 커터를 노릴 때는 체인지업과 커브로 농락하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어떤 공이 어떤 존으로 들어올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양키스 강타자들은 연신 헛방망이를 돌리고 포수 미트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특정 구종에 치우치지 않았다. 가장 적게 구사한 커브가 15%를 차지할 정도다.


몬토요 감독도 "모든 구종을 활용해 타자들을 흔들었다.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 더그아웃에 있는 우리도 몰랐다"며 다채로운 구종과 환상적인 볼 배합을 앞세운 류현진 투구에 찬사를 보냈다.


류현진 ⓒ 뉴시스

류현진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며 리그에 상관없는 최정상급 투수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도 초반부터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던 2019시즌의 출발보다 좋다.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류현진은 2019시즌 첫 2경기에서 6이닝 1실점, 7이닝 2실점으로 2승을 챙겼다. 세 번째 등판 세인트루이스전에서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1.2이닝 2실점하고 내려갔지만, 다시 돌아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은 3경기에서 19이닝 소화했다. 3경기 평균 6이닝을 훌쩍 넘는 이닝 소화 능력이다. 19이닝 동안 탈삼진 19개, 볼넷은 2개에 불과하다. 시즌 첫 3경기 성적만 보면 메이저리그 입단 후 가장 좋은 페이스다. 리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에이스의 투구 내용이다.


‘알동’에서 가장 무섭다는 양키스를 상대로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12이닝 3실점 호투로 막연한 공포에서도 벗어났다.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토론토 타선이 정상적으로만 가동한다면, 류현진은 시즌 내내 사이영상 페이스를 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신 접종 후에도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19일 캔자스시티전(원정)에 선발 등판한다.

데일리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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