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89점, 저기는 97점"..교사임용시험 '면접실 복불복' 논란
“같은 데서 시험을 본 다른 사람들도 점수가 다들 너무 낮더라고요. 아, 우리가 ‘편차’ 걸렸다, 올해는 박달중이었구나 했죠.”
지난 2월 경기도 초등교사 임용에서 낙방한 A씨는 실기·면접 2차 시험 중 한 과목에서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얘기를 나눠 보니 자신의 점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A씨만이 아니었다.
한 응시생이 설문을 통해 다른 응시자들의 점수를 모아봤다. 2차 시험이 치러진 10개 중·학교에서 응시생들이 받은 점수를 모아 평균을 내 보니 시험을 치른 학교에 따라 응시자의 면접 평균 점수가 4점 이상 벌어져 있었다. 다만 이는 전체 응시생 1680명 중 464명이 자발적으로 입력한 숫자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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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점으로 당락 갈리는데 실별 7점 차이”
평가실별로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컸다. 취합에 나섰던 응시생 B씨는 “동안고 1·2 평가실의 평균점수는 97.08인데 박달중 1·2 평가실의 평균점수는 89.66점으로 7.42점 차이가 벌어졌다”고 했다. B씨는 “0.1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는 시험에서 비슷한 역량을 지닌 수험생 다수를 무작위로 배치한 각 평가실의 평균점수가 위와 같이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초등 임용시험은 1차 필기시험으로 최종합격자의 1.5배수를 선발한 뒤 2차로 개별면접·수업실연·수업나눔·영어실연·영어면접을 본 뒤 1·2차 점수를 각각 50%·50%로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각 평가실에는 교장·교감·교사·장학관·장학사 등이 3명씩 들어가 평가한다. 응시생이 각기 다른 면접관에게 평가를 받는 셈이다. 1700여명이 응시한 경기도 초등 임용 2차 시험의 평가위원은 876명, 460여명이 본 서울의 평가위원은 295명이었다.
다른 공무원 시험보다 교원 임용시험의 불공정 논란이 두드러지는 건 시험의 특수성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면접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필기보다 적고, 경찰·소방 공무원은 실기시험에서의 평가 기준이 명확한 편이다. 반면 임용시험은 면접 비중이 큰 데다 면접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당락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불합격자뿐 아니라 합격자도 2차 시험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자신을 ‘올해 교사가 된 청원인’이라고 소개한 C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일한 평가 위원들에게 평가를 받아도 주관성을 배제하기 어려운데 다른 평가 위원이 있는 평가실에서 평가를 받다 보니 어떤 평가실에 들어갔던 수험생들은 대부분 합격하고, 또 어떤 평가실에 들어갔던 수험생들은 대부분 불합격했다는 소식이 매년 들려온다”는 얘기를 남겼다. C씨는 “채점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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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편차 어쩔 수 없어”…면접 비중 더 커지나
시험을 시행하는 교육청은 이러한 편차가 곧 불공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는 응시생 민원에 대해 “평가위원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동일한 평가지침, 평가 기준에 대해 사전 교육을 받고 있으며, 평가위원들 상호 간 평가에 대한 자체 협의와 평가 기준을 숙지하고 평가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슷한 민원을 받은 다른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임용관리팀 담당자는 “위원들만의 눈높이나 잣대라는 건 일치할 수 없고 고사실별로 점수가 일정하게 나올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2차 면접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교육감들도 지난해 말 2차 시험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교원단체는 "교육감 코드에 맞게 교원을 뽑으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연내 입법을 거쳐 시행될 수 있다. 고충환 시도교육감협의회 대변인은 “지식·암기 위주의 1차 시험보다는 2차 시험의 비중을 늘려야 변별력이 생긴다”며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시험이 되도록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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