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에 자가격리 면제 국가 늘어나는데.. 한국은?

장지영 2021. 4. 1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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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코로나 음성' 확인 조건
영국, 1월부터 증명서 지참 땐 허용
클래식 폐업 속출 한국도 도입 절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무티. (c)Kyutai Shim, DG-horz, 빈체로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17~18일 싱가포르의 에스플러네이드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코로나19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의무사항처럼 돼 있는 2주간 자가격리를 고려하면 이달 초에 출국해야 했지만, 김봄소리는 공연 직전인 14일 출국했다. 공연 관계자 외에 외부인과 접촉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해외 예술가가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것은 김봄소리가 처음이다. 한국에서 출국 직전 PCR 검사로 받은 음성 확인서를 싱가포르 입국 시 제출하는 건 필수다.

일본에서는 최근 해외 음악가의 입국과 관련해 자가격리 기간을 3일간으로 단축하는 사례가 나왔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일 해외 예술가 초청과 관련해 다소 완화된 조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도쿄·봄·음악제는 9~21일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이탈리아 오페라 아카데미 in 도쿄’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 거장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6월)의 일본 투어 공연도 확정됐다.

이탈리아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모든 해외 예술가에 대해 자가격리를 3일간으로 단축해주는 건 아니다. 일본의 공연장, 오케스트라, 기획사 등이 문화청에 초청의 필요성을 설명한 후 출입국을 담당하는 외무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클래식계 관계자에 따르면 세계적인(world-class) 예술가, 공연이 사회에 기여하는지 여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일정, 예술가 1인이 호텔 1개층 사용, 백신 접종 증명서 첨부 등 5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5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승인이 나는 건 아니며 ‘세계적인 예술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무티의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해외 성악가들도 예외를 인정받지 못해 2주간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불분명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일본 공연계는 이번 조치에 환영을 표한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세계적 예술가들의 일본 공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연예술 장르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예술가들의 국제적 이동이 힘들어져 초토화된 상태다. 그나마 공연장 내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연장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된 적이 없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입증되면서 완화됐다. 하지만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국제 투어는 국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10~14일의 자가격리 문제로 중단되다시피 했다.

특히 클래식계에서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나 세계적 명성의 거장은 자가격리 단축이나 면제 없이는 해외 공연을 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한국 국적의 예술가 외에는 서울시향의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경기필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 롯데콘서트홀의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포펜 정도가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했다. 올해 들어 KBS 교향악단이 해외 젊은 지휘자들과 여러 차례 협연했지만, 거장이라기엔 지명도가 높지 않은 데다 유럽 공연장이 문을 닫아 무대가 적어진 상황이라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과 함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가 간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 등에 따른 차별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분분하지만, 영국 이스라엘 등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들이나 방역에 자신감을 보이는 중국 등이 ‘백신 여권’을 도입해 인적 교류와 경제 활성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영국은 지난 1월부터 백신 여권의 형태는 아니지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가 있으면 공연예술, 영화, TV 분야 관계자들의 입국 시 10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한다.

한국 공연계에서도 경제나 스포츠 분야처럼 해외 예술가의 자가격리 면제나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연주자와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투어가 생태계의 중요한 축인 클래식계는 더 절실하다. 국내 공연장과 클래식 기획사 등이 회원으로 참가한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회장 겸 클래식음악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클래식음악계의 생태계가 무너졌다. 한국의 경우엔 민간 기획사가 클래식 산업을 끌고 왔는데, 코로나19 이후 기획사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클래식 등 공연예술분야 예술가와 관계자의 입국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거나 단축하기 시작한 만큼 한국에서도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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