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업교육진흥특별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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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하느니 차라리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습니다." 한 직업계고 교사의 하소연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엉뚱한 처방으로 직업계고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 진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
대통령 직속의 직업계고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과 이행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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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하느니 차라리 아르바이트하는 게 낫습니다.” 한 직업계고 교사의 하소연이다. 직업계고 취업률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17년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자 실습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절차도 까다롭게 하자 기업들은 실습 채용을 크게 줄였다. 현실에 맞지 않는 엉뚱한 처방으로 직업계고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고사(枯死) 직전이다.
지난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전국 576개 직업계고 졸업생 8만9998명 중 2만4938명만이 직장을 얻어 취업률은 27.7%에 불과했다. 2017년 50.6%에서 반토막 났다. 반면 대학 진학은 3만8215명으로 취업자보다 14.8% 포인트 높다. 대학 졸업자 중심의 학벌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는 더 고착됐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고졸 시대 정착, 선취업 후진학 고용 강화 방안’을 포함해 ‘고용률 70% 달성 고교 취업 활성화 방안’ ‘2020 직업계고 취업 활성화 방안’ 등의 대책을 2년에 한 번꼴로 내놓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한때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육성하면서 고졸 취업붐이 일었지만 어느 순간 고용정책 기조의 중심이 경력단절 여성으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블라인드 채용에 방점을 찍으면서 고졸 채용 이슈는 후퇴했다. 직업계고의 정체성에 혼란만 초래했다. 그사이 직업계고 아이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더 내몰렸고, 임금 격차 심화 등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 진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 중소제조업 취업을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실질적 지원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요구된다. 첫째, 국가 차원의 일관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의 직업계고진흥위원회를 설치하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과 이행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은 직업계고 졸업자의 채용을 의무 할당해야 한다. 임금 차별 해소, 고용 환경 및 정주 요건 개선, 후(後)학습 및 경력단절 예방 등 명확한 지원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이들의 성장 경로를 제도화해야 한다. 대졸 중심으로 설계된 승진과 임금 체계의 곁가지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관리자로 성장하는 트랙을 정해야 한다. 넷째, 현장 기반 자격 시스템이 필요하다. 독일의 도제 교육은 대학 교육 외에 산업현장으로부터 검증된 도제 자격을 기반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고교 체계를 진로와 진학 투트랙으로 보다 전문화해 직업계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업계고야말로 진정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제도적 소외 등 우리 교육의 아픈 손가락이다. 기성세대와 사회가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범사회적 차원의 합의를 토대로 ‘직업교육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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