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증 논란 AZ·얀센 공통점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코로나 항원 유전자 넣어 면역 유도
"항체가 혈소판 응집시켜" 연구도
"확률은 100만분의 1, 손익 따져야"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미국의 얀센(존슨앤드존슨 자회사) 백신까지 희귀 혈전증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13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자 6명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 증상이 나타난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얀센 백신의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공교롭게도 앞서 비슷한 논란을 겪은 AZ 백신과 얀센 백신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개발됐다.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매개체)로 이용한다. 얀센은 사람 아데노바이러스(26번)를, AZ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병원성도 없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항원)의 유전자를 넣어 몸속 세포로 전달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과 희귀 혈전증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AZ 논란 때만 해도 특정 제조사의 백신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같은 개발 방식의 또 다른 백신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서 바이러스 벡터 백신 플랫폼(백신 개발 기반 기술)이 유발 요인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AZ 등과 비교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은 벡터 플랫폼”이라며 “근거는 없지만, 아데노바이러스가 매우 드문 희귀 혈전을 일으킬 요인이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AZ 논란 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가 문제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얀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면서 그럴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문제를 일으켜 혈전이 형성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진홍(가톨릭대 감염내과) 대한감염학회장는 “NEJM에 실린 걸 보면 사람 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 5형의 경우 혈소판 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서 혈소판 응집을 유도하는 항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 생긴다는 것이 연구 결과”라며 “데이터가 없어 잘 모르는 것일 뿐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서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플랫폼이 희귀 혈전의 유발 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래 백신에 대해 한 모양의 항체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의 문제인 건지, 각 백신에서 발현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문제인 건지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CDC 등에 따르면 12일까지 접종된 얀센 백신 680만 회분 가운데 혈전 관련 사례는 6건(사망 1명)이다. 100만분의 1 이하의 확률인 셈이다. AZ와 큰 차이는 없다. 마상혁(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다”며 “백신이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없다면 이익과 위험을 고민해야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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