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 7천억 원 지원" 보도는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임안젤 기자]
▲ 매일경제와 조선일보는 12일과 14일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5년간 시민단체 3300곳에 7천억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
ⓒ 김시연 |
[검증대상] 매경-조선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5년간 7천억 원 지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박원순 전 시장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2일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재임 5년간 시민단체에 7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다음날(13일) "5년간 시민단체에 7천억 원 준 박원순 서울시, 흑막 모두 밝혀야"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관련 보도 :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에 5년간 7000억 지원")
과연 서울시가 지난 5년간 시민단체에 7000억 원을 지원했다는 이들 언론 보도는 사실일까?
[검증방법]
이같은 언론 보도의 근거 자료는 서울시가 지난해(2020년) 9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민간보조) 공모사업 현황자료'였다. 이 자료를 박 의원실에서 제공받아 분석하고,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에 확인했다.
[검증사실] 7천억 원은 시민단체 포함한 민간단체 전체 보조금액
먼저 <매경>은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시민단체 공모사업'에 총 7111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서울시 지방보조금 민간보조 공모사업' 총액이었다. 즉,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기업과 각종 산업 협회, 협동조합, 재단, 장애인 시설 등 민간 단체와 개인 지원금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다만, 서울시에서는 시민단체 지원 규모만 따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은 확인할 수 없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서울시 민간보조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가 2016년 1433곳에서 2020년 3339곳으로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민간단체 전체 숫자였다.
▲ 매일경제 기사 도표(서울시 시민단체 공모사업 규모)에는 2018년 공모사업 규모가 1615억 원이라고 돼 있지만, 서울시 자료를 정리한 박성중 의원실 자료에는 1106억 원으로 돼 있다. 또한 공모사업 대상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
ⓒ 박성중 의원실 |
지방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김인호 서울시 보조금관리팀장은 14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민간보조 공모사업은 서울시에서 직접 할 수 없는 사업을 민간단체에서도 하도록 예산을 보조해주는 사업"이라면서 "민간단체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각종 조합, 협회, 사단법인, 일반기업도 포함돼 있고 3339개도 시민단체 숫자가 아니라 전체 민간단체 숫자"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예산이 (2019년 1600억 원대에서 2300억 원대로)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관련 사업과 청년층 지원 사업 확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중 의원실에서 언론에 제공한 자료에도 '민간단체 공모사업' 대상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도 포함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온라인광고협회, 전자산업조합, 병원, 대학도 '시민단체'?
실제 서울시가 박성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년 예산이 2353억 원으로 가장 많았던 2020년의 경우 ▲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389억 5600만 원) ▲ 보람일자리 사업(101억 원) 등 일자리 관련 사업 비중이 높았는데 주로 관련 산업 협회와 협동조합 등에 지원해 시민단체 지원과 관련이 없었다.(아래 도표 참조)
또 코로나19 관련 ▲ 코로나19 위기 도시제조업 긴급사업비(193억 원)는 1606개 중소업체에 직접 지원했고, ▲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지원(51억 원)은 응급의료기관 24곳에, ▲ 공연업 긴급 회생 지원(50억 원)은 연극, 음악 등 관련 협회에 지원해 역시 시민단체와 무관했다. 예산 57억 원이 들어간 서울가꿈주택 사업은 개인 신청자 1066명에게 지원했다.
▲ 서울시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공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민간보조) 공모사업 현황자료' 가운데 2020년 예산 20억 원 초과 사업 목록. (자료 제공: 박성중 의원실) |
ⓒ 오마이뉴스 |
예산이 20억 원 넘게 지원된 20여 개 사업 가운데 시민단체가 포함된 건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22억 6천만 원)' 정도였는데 이 사업도 시민단체뿐 아니라 장애인단체, 출산지원센터, 각종 협회, 재단 등 164곳에 건당 3천만 원 정도씩 지원했다.
20억 원 이하 사업 가운데도 '소비자단체 보조금 지원(5억 원)' 같이 시민단체도 일부 있었지만 교회 등 종교단체, 서울대병원 등 종합병원, 보험회사, 대학, 조인스중앙 등 언론사, 사립박물관 등 지원 대상도 다양했다.
이같은 언론 보도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와도 차이가 크다. 앞서 태 의원은 지난 4월 2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박 전 시장 임기 9년간 서울시에서 각종 시민단체에 지급한 보조금 예산 총액이 200억 5169만 원이라고 밝혔다.
"민간보조 예산은 사업 용도로만 사용"... 시민단체 '과도한 공격' 비판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14일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박 전 시장이 해놓은 작업들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현실이 된 것 같다"면서 "민간 공모사업에는 청년들의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뉴딜 일자리 등도 포함되는데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7천억 원을 지원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과도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등 사회적 위기시에 자원봉사, 사회복지, 시민단체 등 민간영역과의 협력이 정부, 서울시 정책과 결합되며 K방역 등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는데 민간영역에 대한 지원을 마치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라면서 "공모사업 선정 과정이 투명하였음에도, 마치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진보적인 시민단체로 돈이 가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기사를 썼다"고 비판했다.
김병권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지방정부가 기업에게 사업을 맡기는 건 괜찮고 시민단체(NGO)에게 맡기는 건 안 된다는 후진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시민사회를 더는 관변 단체나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 세력, 반대 세력으로 격하시킬 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립 이유와 토대를 갖는 사회의 필수 구성요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시민사회를 적극 지원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시민사회나 시민단체에게 공적 사업을 위탁했다고 비난하거나, 그런 시민사회가 특정 정치세력의 하부구조인 것처럼 취급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서울시가 시민단체에 7천억 원 지원했다는 보도는 '거짓'
<매경> <조선> 등이 보도한 최근 5년간 '서울시 지방보조금 민간보조 공모사업' 금액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모든 민간단체와 개인에게 지원한 금액까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5년간 시민단체에 7천억 원을 지원했다"는 언론 보도는 '거짓'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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