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5적' 두들긴 2000~3000명 '문파', 거대여당 움직인다

박재현,김판,오주환 2021. 4. 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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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강성당원, 여당 여론 좌우
적극적 의견 개진 긍정적 시각
과다대표 문제 제기도 여전


4·7 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로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강성 당원들과 비주류 및 일부 초선 의원 사이에 힘겨루기가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일부 초선 의원이 선거 직후 당내 금기어였던 ‘조국 사태’를 패인으로 지목하자 강성지지층은 이들을 ‘초선 5적’으로 부르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전선은 이제 강성 당원들을 규율해야 한다는 쇄신파와 이들의 거친 언행도 ‘당을 향한 충정’이라는 주류 진영 간 기싸움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당내 분열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에도 문제제기를 한 초선 의원들과 당의 중진들 간에는 여전히 현격한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당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소수에 불과한 강성 당원들이 174석 거대여당의 전체 정책기조를 흔든다는 이른바 ‘과다대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약 170만명에 이르는 민주당 권리당원 중 강성 당원의 규모는 얼마나 되고, 이들은 과연 얼마나 화력을 가지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이른바 ‘초선 5적’ 사태가 벌어진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민주당의 권리당원 게시판 글을 전수조사했다. 권리당원 게시판은 한 사람이 하루에 하나의 글만 올릴 수 있어 게시글 숫자가 곧 게시자의 숫자다.

초선 의원들의 ‘조국 반성문’ 게재 직후인 9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2430여개 글이 올라왔다. 주말인 10일과 11일에는 각각 1880여개와 169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평일인 12일에는 다시 2201개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초선의원들을 거칠게 공격하는 글이다. 이같은 글 게시 숫자로 보면, 민주당 강성 당원 규모가 2000~3000명가량으로 추산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파의 규모를 대략 3000명 안팎으로 추정한다. 과거 이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한 의원은 14일 “문자 폭탄을 보낸 사람을 세어보니 3000명 정도였다”며 “이들을 수신 차단했더니 신기하게 문자 폭탄이 거의 끊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은 “대략 1500개 정도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더니 문자 폭탄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1%도 안되는 권리당원에게 당 전체가 휘둘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다만 권리당원 게시판이나 문자 폭탄의 숫자 만으로 강성 당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2000~3000명은 근거없는 얘기”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페이스북 등에서 활동하는 당원도 많다”고 전했다.

170만명 가운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당 운영에 참여하는 권리당원 규모는 약 10%선인 18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최근 실시된 2차례 전당원 투표 결과 찬성 의견을 낸 당원 규모가 유사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여부 결정을 위한 당헌 개정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21만1804명이 투표에 참여해 18만3506명(86.64%)이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지난해 총선 직전 비례연합정당 참여 관련 전당원 투표에서도 24만1559명이 투표해 17만9096명(74.1%)이 찬성 의사를 표했다.

통상 당대표 투표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데,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약 80만명이 지속적으로 당비를 내며 당원권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은 2차례 정치적 이벤트를 겪으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 문파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대거 유입됐다. 2015년 12월 새정치연합은 온라인당원 가입시스템을 도입해 당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온라인을 통한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자 한때 하루에 1만명 이상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아 온라인 당원 가입을 주도했던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생기면서 분열과 위기를 막겠다는 생각으로 온라인 입당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유입된 당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민주당을 살렸고, 20대 총선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에 자신들의 지분이 있는 만큼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같은 총선 승리에 대한 경험과 자부심이 바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19대 대선에서 승리하자 권리당원은 또 한 차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100만 당원운동 돌입’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권리당원 규모는 25만명 정도였는데 약 세달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주로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의 당원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오프라인 당원 가입 시절엔 선거출마자 부탁을 받아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해진 이후로는 대부분 자의에 의해 가입했다”며 “그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도 많고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큰 당원들”이라고 설명했다.

권리당원의 적극적 의견 피력과 투표 행위를 통해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당원 중심이 됐고, 시스템 정당으로 다가서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주류 의원은 “그들은 강성이 아니라 열혈지지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성지지층의 과대 대표성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투표 당시 투표율은 26.35%에 불과했다. 뒤집어보면 73.65%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투표권을 가진 권리당원 가운데 약 25% 정도가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은 당내 선거에서 확인돼 왔다. 권리당원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민주당은 2018년 전당대회부터 권리당원 투표 반영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확대했다.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이 45%로 더 높지만 이는 지역 중심의 조직표라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한 고정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결국 권리당원의 표심에 따라 당내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전당대회에선 이런 사실이 입증됐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 박주민 최고위원 후보는 대의원 득표에서 밀렸지만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반대로 2020년 전당대회에서 이원욱 후보는 대의원 득표에서 1위(17.39%)를 했지만 권리당원의 득표율이 6.93%에 불과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최고위원 대부분은 대의원보다 권리당원 득표율에서 앞서 지도부에 입성했다. 지도부에 입성하고자 하는 의원이 강성지지층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박재현 김판 오주환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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