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지시한 '방사능 오염수' 국제재판, 어떻게 진행되나?

김정연 2021. 4.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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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제법에 호소해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도 그간 한국 정부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신청하라고 촉구해왔다.

UN해양법협약에 명시된 '잠정조치'는 진행 중인 국제 재판과 관련해 긴급한 사안이 있을때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강제조항 중 하나다.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발표한 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국제해양법협약에 따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잠정조치를 신청해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14일 "잠정조치를 포함해 국제법적 대응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UNCLOS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잠정 조치’(Provisional Measures)는 UN해양법협약에 명시된 강제조치 중 하나다. 분쟁 사건이 접수된 뒤 긴급하게 특정국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건이 생기거나, 해양환경에 대한 피해 우려가 있을 때 해양법에 따라 신청한 뒤 받아들여질 경우 즉시 효력이 발휘되는 조항이다. 민사소송·행정소송의 가처분 결정과 유사하다. 잠정 조치는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진행 중인 본안 소송이 있어야 신청 가능하다.


양국 중재재판 합의 못하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국제 재판에 착수하려면, 우선 일본과 일대일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양국 간 분쟁 발생 시 특정 재판소를 거친다’고 미리 정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등으로 가기 전에 당사국간 협의부터 해야한다.

협의에 실패할 경우 양국이 합의해 ‘중재 재판’을 열 수 있는데, 두 나라가 합의한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해 재판을 진행한다. 만약 중재재판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ICJ나 ITLOS 등에 단독 제소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법 관련 재판은 ‘어떤 판결을 내려달라’고 주장할 지 구상한 변론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현정 교수는 “국내 재판과 달리 국제법 재판은 한 번 판결이 내려진 뒤 2심, 3심을 거쳐 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는 ‘단심 판결’이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이슈가 계속 진행되어온 만큼 국제 소송에 대비해 준비가 돼있다면, 대통령 언급 이후 실제 제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정 조치 얻으려면 '긴급성' 입증이 관건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잠정 조치는 본안 재판이 중재재판이거나 ITLOS를 통해 진행될 경우 모두 ITLOS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ITLOS가 한국이 신청한 잠정 조치를 받아들일 지 여부는 미지수다. 김현정 교수는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에 실제로 방류하지 않았고 방류하겠다는 결정만 내린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잠정 조치 신청에 필요한 긴급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제법 전문 변호사는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해 한국이 진행한 유일한 국제 소송인 WTO 수입금지 조치는 물고기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게 증명돼 긴급성 요건을 갖췄으나, 오염수의 한국 도달 위험성은 아직 자료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긴급성을 인정받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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