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쓰나미 걱정에..골드바, 석달새 1t트럭 11대분 팔렸다

염지현 2021. 4. 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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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값이 쌀때 사두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을 들어 석달여간 1만780kg이 팔렸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2만2000kg)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국금거래소.

최근 골드바가 불티나게 팔린다. 지난해 7월 말 이후 8개월 연속 금값이 하락하자 ‘싼값’에 사두려는 투자자가 몰리면서다. 국내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9일까지 골드바를 포함해 팔린 금은 1만780kg이다. 1t 트럭 11대 분량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2만2000kg)의 절반 정도가 석달여 만에 팔린 셈이다.

한국금거래소는 국내 최대 골드바 제조ㆍ판매사로 금융사를 비롯해 홈쇼핑ㆍ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유통한다. 이 회사의 송종길 전무는 “올해 들어 금값이 쌀 때 사겠다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골드바 주문이 갑작스레 급증하며 물량을 맞추지 못해 지난달에는 배송이 일주일가량 지연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골드바 몸값 1300만원 하락

최고가 대비 21% 하락한 금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의 인기몰이는 떨어진 금값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금 1g은 지난 13일 기준 6만2950원(종가기준)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해 7월 28일(8만100원)과 비교하면 21% 하락했다. 1kg짜리 골드바 가격도 같은 기간 약 1300만원 떨어진 7196만원(부가세 포함)이다.

국내 금값은 국제 금 가격과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 금 가격에 원ㆍ달러 환율을 곱한 뒤 국내 수급 상황을 더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국제 시장에도 금값은 하락세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31.1g)당 0.87% 떨어진 1725.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온스당 1882.26달러)보다 8.3% 떨어지며 1600달러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자산가 "비트코인보다 골드바"

올해 판매량 늘어난 골드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상대적으로 가벼워진 몸값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금 쟁여두기에 나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속에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것도 자산가들이 골드바를 사들이는 이유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요즘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을 대체하는 듯 보이지만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는 것보다 재산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자산가 입장에서 비트코인보다 투자 위험이 낮더라도 안전한 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덩달아 금 통장(골드뱅킹) 등 금 관련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 계좌 수는 13일 기준 16만3875개로 1년 전(15만1603개)보다 1만2000개 이상 늘었다. 계좌 잔액은 4708억원이다. 국민은행 골드뱅킹 상품(5만4588개)도 올해 들어 늘어난 신규 계좌만 1079개다.

골드뱅킹은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를 달러당 원화가치로 환산해 통장에 금 무게로 적립해준다. 현금으로 찾을 때 원화로 환산한 금값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저가 매수에 인플레이션 대비 수요까지 가세하며 투자가 늘고 있지만 금값 전망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 금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상승론과 ‘실질 금리 상승에 금값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조정론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만큼 자산 손실을 피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이와 달리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실질금리가 오르고 미국 달러가 강세를 띠고 있어 금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 금값은 온스당 160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자는 금값 바닥을 확인한 뒤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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