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분할비율 6 대 4 검토" SKT, 37년 만에 통신사·지주사 쪼갠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민영 기자] 설립 37년 만에 기업 분할에 나선 SK텔레콤의 행보는 일찌감치 예고돼왔다. 그룹 미래를 좌지우지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이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SK그룹 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연내 지배구조 개편도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졌다.
향후 SK텔레콤 존속회사는 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신설회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투자를 본격화하게 될 전망이다. 분할 비율은 자산 기준으로 현재 존속법인 6 대 신설법인 4로 검토되고 있다.
◆'주주선호' 인적분할 택한 SKT, 분할 비율 6 대 4
SK텔레콤이 14일 공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존속회사인 '인공지능(AI) & 디지털인프라(Digital Infra) 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로의 인적분할을 골자로 한다. 박 대표는 이날 공시 직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CEO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설명하며 "분할 비율은 자산 기준으로 존속법인 6 대 신설법인 4 정도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통신과 신성장 영역을 분리,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 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는 반도체와 뉴ICT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현재 SK그룹의 지배 구조는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격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고 추후 ㈜SK가 이를 흡수합병하게 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자회사로 바뀌어 그간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가로막았던 족쇄도 풀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인적분할 후 SK하이닉스에도 함께 몸담고 있는 박 대표가 투자회사를, 유영상 이동통신(MNO) 사업 대표가 사업회사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박 대표는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 한 후 중간지주사(투자회사) 아래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을 거느리는 지배구조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올 들어 인적분할에 무게가 더 쏠리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는 통신과 반도체, 뉴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 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은 주주 친화적 분할방식으로 손꼽힌다.
◆존속회사는 AI 신사업, 신설회사는 반도체 투자 본격화
존속회사인 AI & 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는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두고 5G 1등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디지털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이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MNO의 주력 전략으로 AI 구독형 서비스를 앞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이 손꼽힌다. ICT 전 영역에 걸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5G 유망산업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고 AI,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신설회사(ICT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투자부터 본격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SK텔레콤측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반도체 위기론이 한창일 때 옛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M&A 승부사로 손꼽히는 박 대표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신설회사 산하에 자리 잡을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뉴ICT 자회사들의 상장도 더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음으로써 ‘수익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사업 자회사의 전체 기업 가치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설회사와 SK㈜, 합병계획 없다" 선그어
이날 SK텔레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간지주사와 ㈜SK 합병시 주주들의 우려를 반영해 당분간 합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신설회사의 산하로 편입될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손자회사'의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지분 100% 형태의 기업 인수만 가능하다는 제약이 붙어있다. 여기에 합작투자사 설립도 막혀 있어 사업 확장에 제한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다만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어 반도체 사업 투자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은 주주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적분할 시 ㈜SK와의 합병 우려를 둘러싼 상당한 노이즈가 발생함과 동시에 주주총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주주총회장에서도 합병 시 대주주의 지분을 희석 시키지 않기 위해 신설회사의 주가를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박 대표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연내 분할 완료…SK텔레콤, 이름도 바꾼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새로운 회사명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사명변경은 중간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퍼즐이자 뉴ICT종합기업으로의 공식 선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 딱지를 떼고 구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ICT 종합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명아래 SK텔레콤은 그간 통신사업에서 쌓아온 단일 가입자 기반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이동통신을 총망라한 플랫폼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CI 변경을 준비 중임을 밝혔던 박 대표는 '하이퍼커넥터(초연결자)'부터 '티스퀘어', '티모' 등 다양한 사명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하고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해왔다.
이날 CEO 타운홀 미팅에서 박 대표는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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