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회사 분할로 '체질개선'..신설회사 공격 투자 예고

김은경 2021. 4.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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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손자회사' 여전..IPO·배당수익으로 실탄 마련
"키옥시아·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때보다 활발한 투자 예상"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SK텔레콤

SK텔레콤이 14일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하고 ‘탈(脫)통신’을 향한 체질 개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인적분할을 통해 ‘이동통신사업(MNO)회사’와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로 분리하면서 사업 구조가 유연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이날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존속회사인 ‘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 컴퍼니’에 통신사업인 SK브로드밴드 등을 두고,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에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티맵모빌리티 등 ICT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내용이다.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통신사업과 급성장 중인 반도체·ICT 신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모비리티·보안·커머스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했으나, 성장이 더딘 통신사라는 그늘에 갇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4일 열린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텔레콤

내년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법안 적용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각각 30%, 50%로 높아진다. 자회사의 손자회사 지분율도 똑같이 상향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쳐야 했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20.1%다.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지분율 약 10%를 얻기 위해 약 10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의 투자 실행력을 강화하는 목적도 컸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해당 규정 탓에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할 때 제약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신설 투자전문회사가 SK㈜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이 될 것으로 관측했으나, SK텔레콤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 “합병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이날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 지위로 100% 경영권 투자만 가능하다.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안.ⓒSK텔레콤

다만, 신설회사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이면 투자할 수 있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자회사들 배당수익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새로운 ICT 사업인 미디어·보안·커머스 등은 지난해 SK텔레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24%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원스토어·ADT캡스 ICT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회사 신설은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통신사업으로 발이 묶여 있던 SK텔레콤이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고, ICT분야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존속회사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존 통신사업을 비롯해 클라우드·데이터센터·구독형서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잘 키워온 SK텔레콤의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분할 후에도 각 회사의 지향점에 따라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회사는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회사명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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