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 단지 어디로..안전진단 탈락 vs 보선發 규제 완화
# 지난 4월 4일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아파트 외벽에는 초대형 현수막 4개가 내걸렸다. 이들 현수막에는 ‘피 같은 돈 공중분해 주민들은 울고 있다’ ‘밀실 행정 통과 기준 국토부는 응답하라’ ‘주민 안전 볼모 잡는 안전진단 철폐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목동11단지에서는 지난해 가을에도 목동9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자 이에 항의하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건 바 있다. 당시 현수막 문구는 ‘죽기 전에 신축 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 등이었다.
목동11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후폭풍이 거세다.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자 분노한 목동 주민들이 대형 현수막을 내걸며 반발할 정도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매물 호가를 내린 집주인도 등장했다. 한편으로는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놓지 않고 있다.
▶안전진단 탈락한 11단지 ‘찬물’
▷결과 앞둔 5·7·11·13단지 ‘초조’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목동11단지는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되는데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C등급(공공기관 검증 필요한 조건부 재건축) 이상이 필요하다. 목동11단지는 앞서 민간업체가 실시한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데 목동11단지는 이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58.78점)을 받아 최종 탈락했다. D등급(공공기관 검증 필요한 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한다.
안전진단 탈락은 재건축 추진 시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탈락한 단지는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진행하기 위해 안전진단에 다시 도전하려면 주민들이 추가 비용을 대야 한다. 정밀안전진단 단계를 주민들이 자체 모금한 금액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주민들이 모금한 금액은 목동11단지의 경우 약 2억원, 목동9단지는 3억원에 달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추후 정밀안전진단을 재신청하려면 주민 돈을 다시 거둬야 한다”며 “자금 부담이 커져 주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목동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 안전진단 심의를 강화한 지난해 6·17 대책 발표 직전에 2차 정밀안전진단을 54.58점으로 통과해 최종 문턱을 넘었다.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단지도 있다. 12단지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고, 8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11단지가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시자 주변 단지 불안감이 커졌다. 목동11단지의 경우 실망감이 반영되면서 치솟던 호가가 주춤해졌다. 목동11단지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 때는 올 초 전용 51㎡가 11억원, 전용 66㎡가 13억6000만원에 팔렸을 때다. 당시 신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를 예상한 집주인들은 3월만 해도 시세에 비해 1억~2억원 높은 호가에도 매물을 내놨는데 안전진단 탈락 소식이 전해지자 호가를 곧바로 5000만원가량 내렸다”고 전했다.
▶재보궐선거 후 ‘다시 들썩’
▷재건축 규제 완화로 속도 붙을까
물론 최근까지 실망감 가득했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대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 다시 기대감으로 가득 찬 분위기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 지지부진하던 목동 지구단위계획 등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앞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후보 당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은) 안전진단이 지연돼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지역”이라며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안전진단기관 선정 주체는 자치구에서 시·도로 변경됐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의 의지만 있다면 안전진단을 서두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잠시 주춤하던 목동11단지 가격은 올 초 호가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안전진단을 무사히 마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목동 한 주민은 “목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 전체가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축제 분위기”라면서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한 단지의 경우 적잖은 금액을 모금해야 안전진단을 다시 진행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불만을 가진 소유주가 있어 아직 모금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같은 목동 아파트, 다른 결과?
9·11단지, “안전진단 평가 기준 알려달라” 분통
목동9·11단지가 재건축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탈락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불만인 이유는 또 있다.
양천구는 지난 3월 26일 나온 적정성 검토 결과를 일주일 동안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4월 2일에야 결과를 통보했다. 문제는 양천구에서 보낸 적정성 검토 결과서는 한 장짜리에 ‘총점이 58.78점’이라는 내용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안전진단은 ▲주거 환경 ▲노후도 ▲구조 안전 ▲비용 분석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하지만 양천구가 공개한 목동11단지 적정성 검토 결과서에는 항목별 점수는커녕 어떤 사유로 총점이 58.78점인지 설명이 돼 있지 않았다.
목동11단지 한 주민은 “안전진단 결과에서 항목별 점수 정도는 알려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조차도 없었다”며 “1차 안전진단 결과와 7점 가까이 차이 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설명이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물론 목동11단지 적정성 검토를 맡았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종 결과와 구체적인 사유가 담긴 보고서를 양천구에 제출했다. 분량만 수백 페이지다.
하지만 양천구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적정성 검토 결과를 주민에게 알려줘야 하는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천구 입장에 목동9·11단지 주민은 더 반발한다. 목동9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앞서 안전진단에서 최종 통과한 아파트(목동6단지)와 준공연도는 1~2년밖에 차이 나지 않아 노후도는 비슷하고, 단지 내부 관리에도 큰 차이가 없다”며 “2차 안전진단에서는 무슨 근거로 점수가 크게 벌어진 건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목동11단지는 1988년 입주한 1595가구 규모다. 목동6단지는 1986년 입주했고 규모는 1368가구다. 입주 시기와 단지 규모가 비슷하고 주거 여건도 별 차이가 없다. 목동6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51.66점을 받았다. 목동9단지(53.32점)나 11단지(51.87점)의 1차 안전진단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2차에서는 각각 54.58점(6단지), 58.5점(9단지), 58.78점(11단지)을 받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안전진단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과 규제 강도가 바뀔 때마다 재건축 안전정밀진단 결과가 좌우되면 어느 국민이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며 “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안전진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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