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이어 얀센까지 혈전 논란..제조사 아닌 '이 기술' 의심

황수연 2021. 4.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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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이어 미국의 얀센(존슨앤드존슨) 백신까지 희귀 혈전증 논란에 휩싸였다.

1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자 6명에서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 증상이 나타난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얀센 백신의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얀센 코로나19 백신. AP=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앞서 비슷한 논란을 겪은 AZ 백신과 얀센 백신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개발됐다.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매개체)로 이용한다. 얀센은 사람 아데노바이러스를, AZ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병원성도 없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항원)의 유전자를 넣어 몸속 세포로 전달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과 희귀 혈전증이 관련 있는 것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AZ 논란 때만 해도 특정 제조사의 백신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같은 개발 방식의 또 다른 백신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며 바이러스 벡터 백신 플랫폼(백신 개발 기반 기술)이 유발 요인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 AZ 등과 비교했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은 벡터 플랫폼”이라며 “근거는 없지만, 아데노바이러스가 매우 드문 희귀 혈전을 일으킬 요인이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AZ 논란 때 아데노바이러스 벡터가 문제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얀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면서 그럴 가능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문제를 일으켜 혈전이 형성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가톨릭대 감염내과)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다”면서도 “NEJM에 실린 걸 보면 사람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 5형의 경우 혈소판에 집적대며 달라붙어 혈소판 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참고문헌을 들어 얘기한다. 연구팀 추정이 옳다면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백신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서 혈소판 응집을 유도하는 항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 생긴다는 것이 연구 결과”라며 “데이터가 없어 잘 모르는 것일 뿐,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서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해외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미국 타임지는 “혈전 부작용이 벡터 플랫폼과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벡터 기반 기술에 좋은 징조는 아니다”며 “이런 결과는 이 기술에 의존하는 러시아 백신, 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실었다.

다만 여전히 플랫폼이 희귀 혈전의 유발 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래 백신에 대해 한 모양의 항체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의 문제인 건지 각 백신에서 발현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문제인 건지 아직 잘 모른다”고 말했다.

위험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CDC 등에 따르면 12일까지 접종된 얀센 백신 680만 도스(1회 접종분) 가운데 혈전 관련 사례는 6건(사망 1명)이다. 100만분의 1 이하의 확률인 셈이다. 앞선 AZ와 큰 차이는 없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위험도는 그리 높지 않다”며 “백신이 여유가 있다면 몰라도 없다면, 이익과 위험을 고민을 해야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2일 재개돼 부산 해운대구보건소에서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경찰 등이 백신을 맞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재훈 교수는 “희귀 혈전의 경우 14일 정도 관찰해야 하는데, 추후 발생률이 더 높아질 소지가 있다”며 “향후 얀센 백신을 도입해 쓰더라도 AZ, 얀센 백신을 맞고 희귀 혈전 증상이 나타난 젊은 여성에는 다른 백신을 대체해 쓰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얀센 백신은 워낙 들어오는 양이 적은 데다, 1회 접종의 효과 논란 때문에 당초 누구에게 쓸지 접종 전략상 고민도 있었다. 향후 미국서 나올 자료와 장기면역원성 관련 추가 자료까지 고려해 접종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은 국내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에 이어 세 번째로 승인받은 백신으로 아직 도입된 물량은 없다. 정부는 2분기부터 600만명분을 들여오기로 계약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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