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에 피부변색 됐는데..'가짜 아토피약' 복용량 되레 늘린 약사들
건강기능식품을 ‘아토피 특효약’이라고 속여 판 뒤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증세를 악화시킨 약사 2명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예혁준 부장판사는 13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약사 A씨 등 2명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함께 기소된 동료 약사로부터 받은 가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아토피 특효약으로 속여 아토피 환자 B씨(33)에게 2개월치 분량(시가 100만원 상당)을 판매했다.
B씨는 2019년 6월 25일부터 7월 21일까지 약 한 달간 이를 복용했다. 문제는 이들 제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프로폴리스 또는 이를 포함한 화합물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었다. B씨는 제품을 복용할수록 증상이 악화돼 심각한 부종과 피부 변색,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가려움 증상을 겪었다.
B씨는 이 같은 증세를 A씨에게 알렸지만, A씨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명현현상(건강이 호전되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하면서 제품 두 종류 중 하나만 복용을 중단시키고 나머지는 복용량을 오히려 늘렸다. 제품에 함유된 성분으로 증세가 악화된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결국 B씨는 제품을 같은 해 8월 27일까지 계속 복용했다가 증세가 악화돼 경북대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에서 독성홍반, 약물발진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나타난 증상은 부작용이 아니라 치유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명현현상”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또 “해당 제품의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없어 피해자의 부작용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해당 제품의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경북대병원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인 데 반해 피해자의 증상이 명현현상이라는 데 대한 증명은 없다”며 “해당 제품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제품을 복용한 후 실제로 증상 악화가 나타났다면 약사인 피고인들은 전문 의료진의 진단이나 검사를 받아보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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