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축의금 발언' 불가능은 아님, 머나멀다면..[국민적 관심사]

안명진 2021. 4.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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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5900만원 받아야 서울 21형대 아파트 가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14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축의금만 있으면 집을 갖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실시해 집값의 10%만으로도 집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는 정말 청년들이 결혼식 축의금만으로 집값의 10%를 감당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전국 각지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 최근 결혼식에 방문하는 하객 수 평균치 등을 계산의 근거로 삼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청년들은 결혼 축의금만으로 서울 시내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감당하기 힘들다. 비수도권의 경우 하객이 축의금을 평균 10만원 낼 경우 가능한 곳도 있었다.

하객 평균은 350명, 축의금 평균은 10만원으로 계산해봤다
롯데멤버스와 리서치플랫폼 라임은 2019년에 결혼한 20∼3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결혼식 하객 수는 평균 308명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웨딩홀 관계자는 14일 “코로나19 이전엔 하객들이 평균 300명에서 400명 정도 방문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론 15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사]는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전제로, 결혼식에 하객이 350명 모인다고 가정했다.
지난해 4월 25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결혼식에 대한 여론조사 1994-2019' 자료 캡처


축의금은 평균 7.7만원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4월 15일 ‘결혼식에 대한 여론조사 1994-2019’ 자료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평균치는 7.7만원이지만,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10만원으로 가정했다.

그럼 청년들은 결혼식 축의금으로 평균 3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셈이 된다.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정확한 자료가 나와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시내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당 854만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


신혼부부들은 ‘20형대’ 아파트를 가장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2016년 10월 3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혼부부들은 20형대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신혼부부들은 ‘25형대’를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했지만, 이번 계산에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신혼부부가 ‘21형대’, 즉 69.421488㎡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해봤다. (편의상 계산은 70㎡로 진행했다.)

축의금으로 5900만원 받는 청년이 있나

[국민적 관심사]의 계산 결과, 신혼부부가 서울 시내 ‘21형대’ 민간 아파트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축의금을 받으려면 하객을 598명 모아야 한다. ㎡당 854만원인 서울 시내 민간아파트 ‘21형’을 분양받으려면 5억9780만원이 필요하고, 여기에서 10%는 5978만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웬만한 인맥으로는 이루기 불가능한 숫자다. 송 의원의 발언이 ‘정치적인 수사’임을 고려하더라도, 서민들의 생활수준이나 현실 인식과는 동떨어진 발언인 셈이다. 앞서 [국민적 관심사]는 한국 청년들이 결혼식에서 축의금으로 평균 3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계산했는데, 모든 조건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정한 걸 고려하면 이 수치 역시 서민들에게 낮은 금액은 아니다.

물론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은 ‘축의금 3500만원’으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의 10%를 댈 수 있다.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나 각종 편의 시설이 서울에 집중된 현실을 고려하면 청년에게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만 살라”고 강요할 순 없을 것이다. 송 의원의 발언은 청년을 위하자는 취지였겠지만, 청년들에게는 또 한 번 좌절감만 안긴 것일지도 모른다.

[국민적 관심사]는 국민일보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유명인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저 말이 진짜인가' 궁금하시다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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