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구멍난 닭장.. 대체 누구의 짓일까요

정병진 2021. 4. 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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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녀석은 영악하게도 닭장 구멍을 살짝 더 키워 닭을 두 발로 잡고는 뜯어 먹은 거 같았습니다.

구멍이 큰 편인 닭장용 철망으론 야생 짐승의 틈입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녀석은 닭장 중앙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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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진 기자]

▲ 찢어진 닭장 닭장의 한 중앙이 찢겨 있다
ⓒ 정병진
아침에 닭 모이를 주러 닭장에 갔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닭장 한가운데가 푹 찢겨 있음을 발견한 겁니다. 마치 두꺼운 쇠몽둥이 같은 것으로 위에서 아래로 세게 내려친 것처럼 찢긴 상태입니다. 사람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구멍입니다. 천만다행으로 키우던 닭 네 마리는 안전하였습니다.

닭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대체 어느 녀석 짓인지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닭장에 CCTV도 없으니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방법도 없어 답답합니다. 작년 2월 병아리 몇 마리를 기르기 시작할 때 몇 차례 쓰린 경험을 하였습니다. 한파가 닥쳐 병아리들이 얼어 죽을까 봐 종이 상자에 담아 한동안 거실에서 기르다가 어느 정도 햇볕이 따스해지자 닭장으로 옮겼습니다.

닭들은 몸에 털이 있어서 어지간해선 얼어 죽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나흘 정도 잘 지내는가 싶더니 한밤중 또 한파가 닥치자 아침에 한 마리 빼고는 다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용케 살아남은 병아리도 두어 주 후에 비실비실하더니 끝내 친구들 따라가고 말더군요.

별수 없이 시장에 가서 어느 정도 큰 청계 중닭 두 마리를 넣고 길렀습니다. 그 두 마리를 기르다가 삼월이 되자 병아리 세 마리 정도를 더 넣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청계 한 마리는 끔찍하게 찢겨 몸통 일부만 남은 상태로 죽은 채로 출입문 쪽에서 발견됐습니다. 철물점에서 닭장용 철망을 사다 닭장을 둘러 만든 게 잘못이었습니다.
 
▲ 꿰맨 닭장 닭장을 꿰맨 상태
ⓒ 정병진
 
살해범이 족제비인지 길고양이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녀석은 영악하게도 닭장 구멍을 살짝 더 키워 닭을 두 발로 잡고는 뜯어 먹은 거 같았습니다. 닭장 주변에는 닭털이 수북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구멍이 큰 편인 닭장용 철망으론 야생 짐승의 틈입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 사육용 철망을 사다가 닭장을 새로 만들고 작은 틈이라도 있는지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 뒤 거의 일 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제의 구멍이 발견됐습니다. 어젯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불더니만 그사이 꽤나 큰 들짐승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녀석은 닭장 중앙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닭장 밑쪽에 딛고 섰을 작은 벽돌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구멍만 내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진 못한 걸로 보입니다.

닭들이 안쪽에 있어서 닿지 못하였기 때문인지 닭들이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지만, 닭들은 잃지 않았고 구멍은 남은 철망을 잘라 덧대어 꿰맸습니다. 닭장은 고쳤지만 걱정은 남습니다. 저렇게 닭장을 뚫을 힘을 가진 녀석이라면 또다시 침범을 할 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새 철망까지 뚫는 들짐승, 막을 묘안이 무엇인지 궁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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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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