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민의 슬기로운 예술소비] 미술시장의 신주류, 디지털 아트자산 NFT

데스크 2021. 4. 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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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5000개의 디지털아트를 조합한 비플(Beeple)의 NFT 작품’ⓒ크리스티 경매 사이트

"예술가들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디지털 기기와 기술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해왔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수집하는 방법은 없었다. NFT와 함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우리가 미술사의 다음 장인 디지털 예술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는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소감 중


디지털 미술시장에 비상삭적인 일이 벌어졌다. '비플'(Beep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본명)의 작품이 무려 6930만 달러 (약 785억원)에 판매되어 화제다.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미국 크리스티스 경매에서 역대 디지털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비플의 작품명은 ‘The First 5000 Days’ 우리말로 번역하면 ‘매일: 첫 5000일’라는 뜻이다. 작품은 지난 2007년 5월 1일부터 5000일, 무려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디지털 아트를 그렸고, 매일같이 기록한 5천 장의 사진들을 모자이크로 구성해 완성됐다. 비플(39)의 이 디지털 아트는 1766년도 설립된 크리스티에서 지금까지 현물거래가 아닌 디지털 아트 NFT로 팔린 최고가의 작품이고, 이는 크리스티 역사상 현존하는 작가 중 데이비드 호크니(84), 제프 쿤스(66)의 작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한화로 무려 약 785억 원에 거래된 이번 작품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NFT, 즉 ‘대체불가능 토큰’으로 팔렸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크게 코인과 토큰의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즉 '고유의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 넷)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기준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은 코인이다.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메인 넷을 가졌기 때문에 네트워크 생태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토큰은, 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소유하지 않았다는 소리인데, 메인 넷, 즉 자체 생태계가 없기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빌려야만 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즉, NFT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 작품과 구매자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암호화 기술'을 뜻한다. 토큰은 통상 암호화폐로 불리기 때문에 NFT를 암호화폐로 보는 이들도 상당수다. 또한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투기, 거품과 직결되고 있고 NFT가 억 단위로 거래되는 경우역시 상당하다보니, 고운시선만은 아니다. 그러나 NFT는 엄밀히 말해 암호화폐가 아니다. 바로 NFT의 핵심 특징인 ‘Non-Fungible’ 이기 때문이다.


NFT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 작품이 블록체인과 결합된 '디지털 원본 저작권'이라 이해하면 쉽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대체가능한(Fungible) 가상 자산들과 달리 '대체할 수 없는(Non-Fungible)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 한다'는 것이 핵심 특징이다. 다시 말해 NFT는 ‘디지털 원본 저작권’ 또는 ‘디지털 공인인증서’ 라고 하겠다. 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해 '디지털 콘텐츠의 공인인증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며,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림 등 예술작품과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게임 아이템 등의 거래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NFT를 가장 환영하는 이들은 '디지털 아티스트'일 것이다. 지금껏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예술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프린트 인쇄본이나 문구류, 의류, 음반 등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 존재 하는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어야만 했다. 온라인상에서 선보이는 그림, 영상, 음원 등은 포트폴리오나 카탈로그 같은 역할은 할 수 있겠으나,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이 디지털 형태이다 보니 복제·왜곡·유통되기가 쉬운데다가 여러 손을 거쳐 가며 모양이 변형되는 것은 물론, 원작자나 최초 제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힘들게 되는 등의 여러 난제들이 즐비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로 자산화 되어 발행된다는 것은, 마치 오프라인 갤러리에서 거래되는 희소성 있는 예술 작품처럼 세상에 '단 하나'만이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해당 자산을 소유하는 것도 '단 한 명' 뿐이며, 진품 여부도 NFT의 암호화된 정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단 하나만 존재하는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입증 할 수 있게 된다면, 디지털 아트도 그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NFT가 증명하는 유일한 원본은 디지털 세계의 속성이던 복제를 원본으로 뒤바꿔 ‘디지털 자산’ 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 내렸다.


새로운 블록체인 방식의 이 NFT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보증’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이다. 블록체인 상에 NFT 출처와 발행시간, 소유자 내역 등의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추적하기도 쉽다. 또 분할 소유권을 인정해 토큰을 ‘n분의 1’ 같은 형태로 나눠 유동적으로 거래 및 소유할 수 있는 것도 NFT의 장점이다. 만약, NFT가 대중화되고 디지털 아트를 거래하는 수단으로써 자리 잡는다면 저작권 보호 역시 수월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NFT안에 담기는 정보는 예술품의 소유 사실과 소유권을 명시하기 때문에 NFT가 적용된 작품은 원작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 리세일 될 때마다 10~25% 정도의 저작료가 원작자 에게 돌아간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최근 게임,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NFT의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음악시장에서도 카이 예 웨스트, 록밴드 링스 오브 레온 등이 이 NFT를 이용해 내놓은 앨범이 호평을 얻는 등 희소성을 넘어 보편적인 시장 키워드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증폭되면서 NFT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투자를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라이트코인(LTC)의 창시자 찰리 리(charlie Lee)는 지난 달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치는 NFT가 아닌 미술품, 음악, 스포츠 카드등 실제 대상에 있다. 평범한 작품이 NFT를 걸었다고해서 명품으로 뒤바뀌진 않는다.”고 지적하며 시장 과열 현상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BONUS NOTE:


실제 비플 작품을 사들인 사람이 NFT 전문 펀드 메타퍼스의 CEO 메타코반으로 알려지면서, 블록체인 큰 손들의 투기성 기획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펜데믹 여파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며, 자산으로서는 거품이 낀 상태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예술혁명이라기보다는 투기성 높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골드러시”라며 거품을 우려하기도 했는데, 수익으로써의 자산이라는 개념을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또 다른 디지털 자산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보면 다소 흥미로울것 같다.


새로운 예술 사조가 등장 할 때면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온 미술사임엔 틀림없다. NFT 디지털 아트가 희대의 사기극이 아닌 시대의 혁명적인 새로운 예술사조로 자리매김하게 될런지는 한참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홍소민 이서갤러리 대표 aya@artcorebrown.com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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