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감쌌던 文, 靑비서관·마사회장 의혹엔 "즉각 감찰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서울시 재직 당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51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과 측근 채용을 거부한 직원에게 폭언을 한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전 비서관의 서울시 재직 당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김 회장의 폭언 등에 대해 즉시 감찰을 실시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재차 브리핑을 통해 즉각적 감찰 지시 사실을 다시 강조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이 2004년 창업한 A사는 2015~2018년 동안 총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 12건을 수주했다. A사가 12건을 수주할 당시 전 비서관은 서울시 혁신기획관(3급 개방직)으로 재직 중이었다. 전 비서관이 서울시에 근무하기 전 A사가 서울시로부터 수주한 사업은 모두 4건이었다고 한다. 이날 전 비서관은 중앙일보에 “2006년 이후 회사 운영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김우남 마사회 회장의 경우엔 마사회 노동조합이 "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을 지냈던 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 담당 직원에게 폭언을 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측근이나 여권 인사 관련 의혹에 즉각적인 감찰 지시를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의혹에 휩싸인 측근 인사를 감쌌던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을 강행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울산시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 불구속 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별도 조치 없이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에 대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던 LH사태 등에서 나타난 공직자 윤리 문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권 인사 관련 의혹에 또다시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내로남불’ 논란 등이 확대될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에 대해 “이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의혹이 제기됐으니 사실관계 파악이 마땅한 이치이고, 신속한 결정은 그동안 수많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는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태화·김기정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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