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에선 빠지고 독일엔 증원.."중‧러 견제에 집중"

김홍범 2021. 4. 1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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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하기로 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시작된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군사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고,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 방안이 없고, 우리가 거기서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14일 직접 미군의 철수 계획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도 소식통을 인용해 “전임 행정부가 정한 탈레반과의 철군 협상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전쟁을 해야 하는데 이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3500여 명은 대사관 보호 등에 필요한 필수 인력 외에는 오는 9월까지 철군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미군이 완전 철군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병력 7000여 명도 철수할 계획이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철조망 너머로 현지 어린이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2001년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 발생 직후인 10월 6일 아프간전에 뛰어들었다. 알카에다 세력을 비호하고 있던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서였다. 전쟁의 결과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고, 알카에다를 이끌던 오사마 빈 라덴은 사살됐다.

하지만 20년간의 전쟁으로 미군이 입은 손실도 컸다. 사망자는 2400명이 넘었고, 2조 달러(약 2232조 원) 이상이 현지 재건 비용으로 들어갔다. 더구나 탈레반과의 전쟁은 계속 이어지며 현지 상황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5월 1일까지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정을 유지하되 철군 시한을 4개월 늦춘 것이다.

미 공화당의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그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뉴시스]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소속 상원 국방위원장인 잭 리드 의원은 “(아프간은) 물론 아직 중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곳이지만 세상엔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다른 곳들도 있다”며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보였다. 이란 핵협상이나 중국 견제 등 당장의 현안에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도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핵을 가진 북한·이란 등 실질적 위협이 다른 곳에서 오는 중”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의 위협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우선순위를 재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에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상원의원 역시 “9월 11일 미군을 철수하면 20년 전 그날에 우리 조국을 공격한 바로 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역 전문가들은 미군이 빠져나가면 현 아슈라프 가니 정권은 전복되고,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할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독일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증원 병력이 올해 가을 도착 즉시 독일 비스바덴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독일 주둔 미군은 500명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축 계획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독일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독일 주둔 미군 증원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 병력은 유럽에서 억제와 방어를 강화할 것이며,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우리의 기존 능력을 증가시키고 필요하다면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의 방위비 분담금에 불만을 나타내며 주독 미군 3만6000명 중 1만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동맹 강화 방침을 강조하며 "독일로부터 어떤 병력의 철수도 중단할 것"이라고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의 감축 계획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을 집결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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