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먹던 물에 침" 김종인·국민의힘 거친 이별식, 왜

허진 2021. 4. 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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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퇴임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홍보국으로부터 기념액자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치권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이합집산하고, 웃으며 악수하고 돌아서서 욕하는 게 정치권의 생리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힘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별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다음날인 지난 8일 김 전 위원장이 박수받으며 사퇴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김종인, 퇴임 일주일도 안 돼 “아사리판” 비판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안 갈 것 같다”는 근거였다. 그러면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며 “(나는 국민의힘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14일에는 김 전 위원장이 조만간 금 전 의원을 만날 것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교감하는 사이였는데 금 전 의원이 최근 독자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힌 만큼 이 문제가 대화의 주된 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과는 원래도 종종 만나는 사이”라며 “특별히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정해놓고 만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저는 선거 기간에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며 “현재 틀로는 안 되고 기존의 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권영세, “마시던 물에 침 뱉는 건 훌륭한 분 행동 아냐”

이렇듯 야권 단일화라는 한 배를 탔던 김 전 위원장과 금 전 의원이 제3지대로 급속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힘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4선의 권영세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또 다른 중량급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자기 장사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깎아내려야 제3지대의 가치가 높아지고, 윤석열 전 총장도 자연스럽게 제3지대로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크게 세 가지다. ①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 규합 뒤 출마 ② 국민의힘 입당 뒤 출마 ③제3지대에 머물다 적정 시점에 국민의힘 입당 뒤 출마하는 경우다. 김 전 위원장으로선 ①을, 국민의힘으로선 ②를 가장 선호하고 실제 결론은 ③이 될 것이란 게 야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어떤 경우이든 최종적으로는 재·보선 때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일반적이다.
한 배를 탔다가 내린 지 일주일도 안 돼 으르렁거리는 이유는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갈등인 셈이다.


김종인-국민의힘, 윤석열 거취 둘러싸고 이해관계 상충

일각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이 접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JTBC와의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당내 개혁이나 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상황 아니냐”고도 했다. 선거 이후 여야가 내부 정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서둘러 행로를 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하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실제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지켜본 뒤 윤 전 총장이 구체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전까지는 여러 분야 전문가와 만나면서 대권 수업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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