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안정성 강화'라 쓰고 '물폭탄 증대'라 읽는다
[뉴스사천 하병주]
수십 년 되풀이하는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의 역사
2009년을 달궜던 '남강댐 용수 공급 증대' 논란
'부산 물 공급'은 빠지고 '사천만 방류 증대'만 남다
예측 홍수량, 사업비 등 큰 차이… '그때그때 다르다?'
전국의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가진 남강댐. 이 인공 방류구로 남강과 낙동강 하류는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지만, 사천시와 남해안은 졸지에 물벼락을 맞았다. 물벼락은 곧 '더 살기 좋은 사천'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이미 계산 끝난 일'이라며 보상에 손사래만 쳐온 정부. 되레 더 큰 물벼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남강댐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란 폭압의 현실을 고발한다.
▲ 최근 사천시 곳곳에 남강댐치수능력사업 반대 펼침막이 내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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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사천시와 시민들은 새해가 밝자마자 이 사업에 직면했다. 사업명에서 짐작하듯이 이때의 사업은 '물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운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물은 맑은 물. 즉 부산과 동부경남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일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사업의 개요는 이랬다. '지하 수로를 만들어 부산과 동부경남으로 하루에 107만 톤을 공급한다. 이를 위해선 남강댐 안에 물을 더 확보해야 하기에 운영 수위를 조절한다. 즉, 남강댐의 상시만수위를 41m에서 45m로 높인다. 남강댐의 계획홍수위는 46m. 이러면 평소 5m이던 여유고가 1m로 줄어들게 되므로 댐의 홍수 조절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생긴다. 이 문제는 사천만으로 더 많은 물을 내려보냄으로써 해결한다. 이를 위해 사천만 쪽으로 보조여수로를 뚫는다.'
이 사업은 곧 부산시의 광역상수도사업계획과 맞물려 있었다. 낙동강 수질이 좋지 않으니 남강댐이나 합천댐에서 부산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지리산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한국수자원공사의 남강댐 용수 공급 증대사업 발표 자료 중 일부. 가능최대홍수량으로 1초에 2만 4650톤을 예상하면서 ‘1만 년 규모의 홍수에 대비’함을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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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국토부는 '남강댐 하류 홍수 피해 해소 및 경남·부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이라거나 '남강댐 홍수 배제 및 용수 공급 능력 증대 사업'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나중엔 '남강댐 여유 수량 및 경남·부산 광역상수도사업'이란 이름도 썼다. 이는 남강댐의 운영 수위를 높이지 않은 채 남는 물을 부산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렇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사업의 설명 대상에 따라 사업명이 계속 바뀌었다. 함께 등장했던 지리산댐도 '갈수기용' '식수용' '홍수조절용' '다목적용' 등으로 용도를 바꿨다. '갈수기용'이거나 '식수용'이면 댐을 채워 두어야 하고, '홍수조절용'이면 댐을 비워 두는 것이 상식이다. '다목적용'은 이런 모순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비쳤다.
▲ 2009년 2월 26일 사천시청광장에서 남강댐 용수증대사업을 규탄하는 궐기대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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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2월 24일 강기갑 국회의원 주관으로 열린 ‘남강댐 용수증대사업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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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였던 박 사장은 용수증대사업을 두고 "낙동강을 살리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포기한 것"이라 비판하면서 "남강댐 본류 방류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업의 최대 피해자인 사천은 지역적으로 고립된 데 반해 최대 수혜자인 부산과 수자원공사는 정부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불공정 게임"이라 역설했다. 12년이 흘렀고, 정권도 바뀐 상황. 그때의 신념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하고 싶은 대목이다.
▲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년 무렵 남강댐 용수 공급 증대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사천시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사진은 2009년 당시 집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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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꼼꼼히 뜯어보면 두 사업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다. 먼저 최대 가능 홍수량(pMF)의 변화다. 현재 남강댐에 반영된 pMF는 1만 5800㎥/sec로, 1초에 1만 5800톤의 물이 남강댐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1초에 1만 9975톤(pMF)의 물이 흘러든다고 가정해, 물이 넘치거나 댐이 무너지는 것을 막겠다는 게 지금의 치수 능력 증대사업의 기본 취지다. 반면 2009년의 계획에선 pMF를 2만 4650㎥/sec로 잡았다. 지금의 계획보다 더 큰 홍수 상황을 예상했던 거다. 그러면서 "1만 년 규모의 홍수에 대비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방류량에도 차이를 보였다. 계획방류량이 남강 본류 800㎥/sec, 사천만 3250㎥/sec이고, 극한 홍수 시에는 이를 각각 1000㎥/sec, 6000㎥/sec으로 늘리겠다는 게 지금의 계획이다. 여기서 평소의 계획방류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극한 홍수 상황에만 남강 본류 2094㎥/sec, 사천만 1만 2037㎥/sec로 늘린다는 게 지금의 치수 능력 증대사업에 반영된 방류량이다. 하지만 용수증대사업에선 남강 본류로 200㎥/sec, 사천만으로 5520㎥/sec의 계획방류량을 설정했다. 극한 홍수 상황에서 방류량 배분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남강 본류의 계획방류량을 초당 200톤 정도로 잡은 것에 비춰 대부분의 빗물을 사천만으로 빼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공사비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수자원공사가 밝힌 현행 치수 능력 증대사업의 예상 비용은 3806억 원이다. 제수문 확장과 남강 본류 방향으로 여수로를 1개 내는 데 드는 비용이다. 반면, 용수공급증대사업 중 치수능력증대 부문에는 1조 3200억 원의 사업비를 반영했다. 12년 전이었음에도 3배 이상으로 사업비를 크게 잡았던 셈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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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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