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얀센마저, 혈전 논란에 접종 중단..백신난 커진다
美 '접종 중단', 英 '승인 보류' 등 조치
1회 접종과 냉장 보관 등 '게임체인저'
EU, 저개발국가 백신 공급에 파장 우려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이 혈전 우려에 휩싸이면서 세계 각국에서 얀센 백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아스트라 제네카(AZ)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까지 안전성 논란을 부르며 세계 백신 공급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얀센 백신을 긴급 승인한 곳은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한국 등 총 15곳이다. 이 중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본격적으로 얀센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얀센 백신 접종자 가운데 6명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증’이 보고됐다”며 얀센 백신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모든 주(州)에서 얀센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미국은 약 700만 명이 얀센 백신을 맞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1000만 명분이 각 주에 공급된 상태다.
의료진을 상대로 얀센 백신을 투여하고 있는 남아공도 이날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장관은 “남아공에서 28만 9787명의 의료 현장 종사자가 얀센 백신을 맞았지만, 혈전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을 따라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음키제 장관은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얀센 백신 접종이 영구 중단되면 5월부터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이미 2월 초 AZ 백신 100만 회분을 수령했지만, 남아공발 변이(B.1.351)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접종 계획을 보류하고 얀센 백신으로 방향을 틀었다.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나라들도 비상에 걸렸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보건 당국은 13일 얀센 백신의 혈전 우려에 대한 자료 검토가 끝날 때까지 얀센 백신 사용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얀센 백신을 3000만 명분을 선주문해놨지만, 기존 백신으로도 7월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얀센 백신 공급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던 만큼 영국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얀센 백신을 많이 확보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호주는 얀센 백신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렉 헌트 호주 보건부 장관은 이날 가디언에 “(얀센) 백신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이용한 백신으로 AZ 백신과 같은 타입”이라며 “우리 정부는 더는 어떤 아데노 바이러스 백신도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 2000만 회분을 구매했던 호주 정부는 이번 달 들어 2000만 회분 도입을 추가로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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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 이어 얀센도…EU 타격
백신 물량 부족에 AZ 백신 혈전 논란이 번졌던 EU는 또 고비를 맞았다. 얀센 백신 측은 FDA의 중단 권고 직후 “유럽에서의 백신 배포를 선제적으로 멈추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혁신센터에 따르면 EU는 2억명이 맞을 수 있는 얀센 물량을 선구매한 상태다.
NYT는 “EU는 수개월에 걸쳐 공급 부족 사태를 겪다가 이제야 백신 접종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면서 “얀센 백신의 출시 중단은 유럽엔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고 보도했다. 얀센은 4월 초부터 EU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생산 지연으로 지난 12일에서야 첫 배송을 시작했다. 이어 오는 6월 말까지 5500만 명분, 3분기까지 1억 2000만 명분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EU의 한 외교관은 가디언에 “얀센 백신도 AZ 백신처럼 제한적으로 사용될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다수 EU 회원국은 혈전 생성과 인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AZ 백신 접종 대상을 고령층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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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보급 ‘비상’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집단면역 지연과 ‘백신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얀센 백신은 특히 아프리카 대륙 등 빈곤 지역의 백신 공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혔다.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mRNA 기반 백신과 달리 일반 냉장 온도에서도 보관이 가능해 아프리카 대륙 등 상대적으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에 쉽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회 접종이 필요한 다른 코로나19 백신 등과 달리 1회 접종만으로도 면역이 생기는 점도 큰 이점이었다.
지난달 29일 아프리카 연합은 존슨앤드존슨과 얀센 백신을 최대 4억 회분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얀센 백신은 올해 3분기부터 아프리카 대륙에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세계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COVAX Facility)’도 얀센 백신 5억 회분을 확보했다. 코백스는 아프리카 대륙 등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을 공급한다.
만약 얀센 백신과 AZ 백신의 혈전 사태가 길어질 경우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도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듀크대에 따르면 아프리카 연합이 확보한 mRNA 백신은 화이자 백신 5000만 회분에 불과하다.
AP통신은 “얀센 백신의 공급 지연은 전 세계 백신 접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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