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 감소" 정부 대대적 홍보..그 1년 뒤 역주행 통계
2019년에 비해 27명(3.2%)이나 불어나
2019년 132명 감소 뒤 1년 만에 증가세
당시 정부 "현장 행정의 결과"라며 홍보
"지역별로 샅샅이 훑어 더 줄이겠다" 다짐
1년 만에 공염불..소규모 사업장 사각지대화
지난해 1월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크게 줄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의 결과"라며 자화자찬했다.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 통계를 발표하면서다.
그 후 1년. 일하다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882명으로 불어났다. 전년(2019년)보다 3.2%(27명) 증가했다. 딱 1년 만에 역주행한 꼴이다.
14일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 통계를 내놨다. 고용부는 "이천 화재사고(38명 사망)의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의 속살을 보면 이천 화재사고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그동안 장담했던 정책과 괴리가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2019년 산재 사고 사망 통계를 발표하며 "산재 사고 사망자의 감소는 ①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②발로 뛰는 현장 행정 ③관계 기관과의 유기적 협업을 추진한 결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산재 사고 사망이 많은 건설업에서 57명이나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정부는 이런 산재 사고 사망 감소 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패트롤 순찰 점검반 운용을 강화해 지역별로 샅샅이 점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건설업 추락 사고를 중점 감독사항으로 선정해 집중점검하겠다"고도 했다.
한데 정부의 다짐이 있은 지 1년 만에 건설업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458명으로 30명이나 불어났다. 건설업에서 숨진 근로자는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51.9%나 됐다. 건설업의 사고사망만인율(임금근로자 1만명 당 사고 사망자 비율)은 2‱대에 진입했다. 2019년에는 1.72‱였다.
특히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근로자가 급증했다. 건설업 사고 사망자 중 1억~20억원 미만 공사현장에서 170명(37.1%)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억~120억원 미만에서도 81명(17.7%)이나 숨졌다. 공사 규모별로 각각 전년 대비 38명, 10명 증가했다. 1년 전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무색한 수치다.
제조업에선 201명(전체 사망자 중 22.8%)의 근로자가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전년보다 5명 줄었다. 하지만 제조업에서 끼임사고로 숨지는 경우(60명)가 29.9%나 될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끼임 위험 작업 감독 분야를 새로 만들어 제조업 사업장 감독 때 집중 점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 결과치고는 초라하다.
그나마 지난해 사고 사망자 수가 800명대를 유지했다. 사고사망만인율도 2019년과 같은 0.46‱이다.
5~49인 사업장에서 402명(45.6%)이 숨져 전년 대비 사망자가 43명이나 불어났다. 5인 미만에서도 312명(35.4%)이 출근한 뒤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소규모 사업장이 여전히 산업재해 사고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추락)이 328명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98명), 부딪힘(72명), 물체에 맞음(71명), 깔림·뒤집힘(64명)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72.4%(639명)로 가장 많았다. 이 중 60세 이상이 39.3%(347명)였다. 60세 이상에선 사고사망자가 62명이나 증가했다.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사망사고가 많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밀착관리하고 안전관리 불량 사업장은 촘촘한 지도·감독을 실시 중"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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