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딜레마.. 자강이 먼저니, 통합이 먼저니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정진석, 서병수, 박진 의원 등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아주 경쟁적인 논의가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들에게 던지고 간 말이다. 국민의힘이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당대표 및 원내대표 선출,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가 맞물린 탓에 셈법이 복잡해졌다. 14일 오전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자강'과 '통합'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데는 입을 모으면서도, 합당 방식과 지도부 선출 일정 등 디테일에 있어서는 서로 이견을 보였다.
이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권영세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저격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여러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자 일각의 반발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반면 서병수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 체제 하에서 중도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 위한 장을 만드는 시도와 방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이날 공개발언 시간에 서병수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선거 때 약속했던 것이어서 지켜져야 한다"라면서 "당의 각각 사정들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실무기구를 사무총장 중심으로 하든지 마련해서, 합당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들을 하자"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문제나 지도체제 구성 문제는 우리의 일정대로 계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도 덧붙였다. '실무협상' 위주로 합당 논의를 끌고 가되, 국민의힘 지도부 일정은 별도의 스케줄대로 진행하자는 주장이다.
정진석 의원은 "우리는 이제 단일대오의 단단한 진지를 구축해서,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현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국민들의 뜻을 좇아야 한다"라며 "우리 내부로 향하는 총구는 더 이상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더 큰 제1야당, 더 큰 2번을 만들겠다는 국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최근 자강 먼저, 통합 먼저 논란이 있는데,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이 제시해준 민의를 쫓는 것이 순서고 순리기 때문에, 야권 통합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순서고 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 안철수 국민의 대표도 이런 엄중한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지한 자세로 통합 논의에 임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의당 내부 의견 수렴을 이유로 합당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지적이었다.
홍문표 의원은 "우리 당은 자강 시스템이 돼 있지 못하다"라면서 "바람이 어느 한쪽으로 불면 흔들리게 돼 있다. 제3지대에 신경쓰다 보면 우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다섯 번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면서 우리 정체성이 있나? 그냥 몰려다니는 것뿐"이라며 "우리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강이 우선 우리에게 시스템으로 잘 정착돼서 마련되고, 어느 누구라도 문재인 반대 세력은 모두 규합해서 하나로 일렬종대로 나서는 모습이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선자강'에 힘을 실은 셈.
그는 "일부 통합 문제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모르겠는데 통합은 과거 경험이나 역사적으로 보면 실무진이 먼저 해결하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언부터 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와 우리 대표가 만나서 '몇날 며칠까지 한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느슨하게 (통합 논의를) 해서는 대통합 역사를 만들어갈 수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실무진에 맡길 게 아니라 대표들끼리 나서야 한다는 것.
박진 의원 역시 "야권통합은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며 "야권통합 없이 정권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 생각이고 당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이런 혁신과 통합의 길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라며 "오늘 중진회의를 출발로 해서, 의원총회를 통해서 우리 당의 구성원 생각을 수렴해 새로운 체제를 갖추고 야권과 통합을 이루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조경태 의원은 "우리 당은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몇몇 분의 소유가 아니다"라며 "과거처럼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라고 운을 뗐다. "우리 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대비했을 때 예측 가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라며 "민주당도 전당대회가 5월 2일로 예측가능하게 날짜가 잡혀있다"라는 것. 그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묻는다. '도대체 너희 당, 우리 당은 언제 전당대회를 하느냐'는 물음표가 있다"라며 "지금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미적거리다보면 이 또한 언론에서, 국민 시선에서는 자중지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어 "이미 비대위원장이 소임을 다하고 물러났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준비를 통해서 당원들 뜻을 물어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당당한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명수 의원은 "국민의힘으로써도 왜 이번에 국민의힘에 국민들이 많은 선택을 했는지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정부여당보다 우리가 더 혁신적이고 쇄신적으로 당을 정비하는 노력이 빨라졌으면 한다"라고 말을 보탰다. "필요한 절차와 기준이 있지만, 과거 기준과 선례에 국한된다면 혁신과 쇄신이 이뤄지기 힘들다. 시간을 빨리해야 한다"라고 합당과 차기 지도부 선출의 '속도'를 중시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우선 합당 선언이 먼저 돼야 하고, 합당 선언이 되면 구체적 협상이 될 텐데 합당 선언을 하기 위한 주요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알기로 국민의당에서 시도당 뜻을 묻고 있는 걸로 안다"라며 "우리 당은 금요일(16일) 의원총회, 다음주 월요일(19일)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의견을 확인한다. 그것이 절차"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합당에 필요한 조건들은 지난주 안철수 대표를 만나서 들었을 때는 별로 장애될 사유가 없는 것으로 들었다"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진석 의원 역시 기자들에게 "양당 통합 논의는 매우 순항 중이다. 전망이 밝다"라며 "어쨌든 새 지도부 구성 전에 합당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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