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독일엔 미군 증원 '선물'..아프간 미군은 완전 철수
트럼프, 독일 미군 감축·아프간 미군 철수 ‘결정’
바이든, 트럼프 계획 중 독일 뒤집고, 아프간 이어받아
주독미군 500명 증원…동맹 독일과 단결 과시
아프간 미군, 9월 11일 완전 철수…‘영원한 전쟁’ 끝
미군 철수로 아프간 상황 더욱 악화 우려
바이든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은 늘리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완전 철수키로 확정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반된 이번 결정과 관련해 동맹인 독일엔 선물을 주고, 아프간에겐 위기를 안겨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과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정책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독미군에 대해선 트럼프의 계획을 뒤집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병력을 늘리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 계획은 트럼프의 결정을 이어받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복잡하다. 트럼프와 탈레반은 오는 5월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전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합의가 족쇄가 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기존 합의를 수정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군 철수로 걸음마 단계의 아프간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고, 탈레반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독일을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독일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500명의 미군을 독일에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증원 병력은 올해 가을부터 독일 비스바덴 지역에 배치될 방침이다.
오스틴 장관은 “증원 병력은 유럽에서 억제력과 방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병력은 미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우주·사이버 안전·전자 전투 영역에 투입된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오늘 나는 오스틴 장관으로부터 기쁜 발표를 받았다”면서 “과거에 계획됐던 병력 감축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AP통신은 “현재 3만 5000명 규모의 주독미군 병력에 500명이 더해지는 것은 독일, 그리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단결에 대한 상징적 제스처”라면서 “유럽에서의 병력 증강이라는 현실적인 필요도 채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병력 증원은 러시아 견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을 집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키로 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0년이 되는 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도다. 아프간 전쟁은 ‘영원한 전쟁’, ‘끝이 없는 전쟁’으로도 불린다. 20년 동안의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 2400명 이상이 숨졌으며, 2조 달러(2246조원)의 군사비가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 계획과 시간표를 14일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미군 철수를 결정한 것은 탈레반의 보복 위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탈레반은 미군이 완전 철수 합의 시한인 5월 1일 이후에 아프간에 남을 경우 폭력을 늘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면서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폭력이 증가하는 것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문제와 관련해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도 철군 배경으로 거론된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방안이 없고, 우리가 거기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견해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완전 철군 각오는 확고하다. 미군은 5월 1일 철군을 시작해 9월 11일 완전 철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에 “9월 철군은 아프간의 안전 상황에서 영향 받지 않는 절대적인 마감시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의 철수로 아프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AP통신은 “미군이 철수할 경우 미국이 아프간에서 만들었던 성과들인 민주주의, 여성 인권 등이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고, 이미 아프간 국토의 넓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이 무법천지로 변할 경우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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