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외토·외일마을 집단 암 발병, 어떻게 알려졌나
[박주현 기자]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에 이어 고창군 성내면 외토·외일마을에서 최근 10년 간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1995년에 마을 인근에 들어선 퇴비공장을 의심하면서 역학조사를 요구해 왔다.
현재까지 암이 발생하거나 전 단계에 이른 사람은 총 16명으로 암 환자는 14명, 암 진단에 이른 사람은 2명,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3명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고창군이 환경 기초조사를 지난 4월 7일부터 실시했다. 지난 3월 31일 마을 주민들이 참다못해 의심시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실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오래전부터 주민들은 암 발생 원인지로 가축분뇨 퇴비공장을 의심해왔지만 그동안 많은 주류 언론들과 행정은 이를 외면해 왔다. 그나마 이 지역 풀뿌리 언론인 <주간해피데이>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해 왔다.
▲ 주간해피데이 4월 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
ⓒ 주간해피데이 |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가장 큰 원인으로 제기된 가축분뇨 퇴비공장은 외일 새교회와 100여 미터, 외일·외토마을과 250여 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이 시설이 교회와 마을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지난 16년여 간 악취로 인한 스트레스 등의 고통을 받아왔다고 주장해 왔다.
공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이 지하수 등에 영향을 주어 암 발생률이 높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주간해피데이는 지난 2일에 이어 12일 관련 기사에서 이 문제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주간해피데이>는 기사에서 "이 시설은 1995년에 설치됐고, 2009년에 현 사업자가 인수를 했지만 보조사업이 투여된 건물이어서 2013년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며 "기존 시설이 미흡해 지붕 및 차폐시설 등 시설보완을 마친 후 2017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사는 "그러나 이 마을에 입고된 유기질 원료는 주로 소 가축분 퇴비로 4년 전에 들어온 것이어서 현재 부숙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며 "더구나 현 사업주가 이 시설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 2017년부터여서 주민들이 주장하는 악취에 의한 암 발병 기간과 연관성을 밝혀낼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미 16년의 세월이 지난 상황이어서 지금에 와서 실시하는 고창군의 환경 기초조사로 그 때의 영향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따라서 군의 환경 기초조사가 생색내기 용이 아닌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창군 관계자는 "하천수·호소수 및 지하수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환경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며 "빠른 시일내에 원인을 규명하고, 유해물질이 발견되면 후속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등 주민들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창군 '마을 집단 암'...퇴비공장과 갈등' 언제까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지역의 주류 언론인 JTV 전주방송이 나서서 취재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 JTV 4월 13일 보도(화면 캡쳐) |
ⓒ jJTV |
이어 기사는 "암과 관련된 주민은 모두 18명으로 주민 50여 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나 된다"며 "주민들은 마을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가축분뇨 퇴비공장을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5년에 지어졌는데 2005년부터 심한 악취와 함께 주변을 오염시키면서 암 발병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기사는 강해룡 마을교회 목사의 말을 인용해 "지속적으로 악취가 발생하여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숨을 못 쉴 정도인데, 이런 데도 멀쩡히 건강하다면 비정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퇴비공장 측은 지난 2005년에 임대를 내줬는데 임차인이 음식물 쓰레기를 반입하면서 5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한 채 창고로만 썼고, 퇴비공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건 지난 2017년부터"라며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이 퇴비공장 사업주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집단 암 발생으로 마을 주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뒤늦은 기초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
제2의 익산 장점마을 사태가 이곳에서 다시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공직사회의 사후 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무사안일주의가 농촌 마을에 느닷없는 재앙을 가져온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철저한 역학 조사와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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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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