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열흘 넘게 이례적 칩거..'그림자' 류허는 베이징 체류
홍콩 언론 "7·1연설, 6중전회 준비"
시 개인 권위 강화책 등 모색하는 듯
시진핑(習近平·67)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인 칩거에 들어가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일 정치국 상무위원 6명,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 함께 베이징 식목행사에 참석한 이후 어제(13일)까지 11일째 중국중앙방송(CC-TV) 메인 뉴스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매해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휴가 겸 회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이처럼 장기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드물어 그의 행방이 주목된다고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칩거에도 불구하고 CC-TV 뉴스와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의 헤드라인은 여전히 시 주석 관련 뉴스다. 13일 직업 교육에 대한 지시와 같은 특정 회의나 특정 직업 관련 지침을 발표하거나 국내외 사건에 편지나 전보를 보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만 열차 탈선 사고 사상자에 대한 조의, 베트남 국가주석 당선 축하, 영국 필립공 서거에 대해 영국 여왕에 조전, 샤먼(廈門) 대학 개교 100주년 기념 축전 등 톱뉴스는 연일 시 주석이 차지했다. 이들 전보와 지시는 그가 직접 처리할 필요는 없는 업무다. 유일하게 지난 7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직접 통화했지만 대신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건강 문제를 제외하면 11일 연속 칩거는 그만큼 중요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다는 의미다. 다른 지도자의 동선을 보면 업무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이 기간 리커창(李克強)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위원장, 왕양(汪洋) 전국정협 위원장, 한정(韓正) 부총리는 활발하게 활동했다. 리잔수 위원장은 베이징을 떠나 지방 시찰에 나섰고, 주요 지방 정부 당 서기의 행적에서 포착되는 특이한 움직임은 없다. 시 주석의 ‘중요한 업무’가 최고위층 회의는 아니라는 의미다. 또 하나 시진핑 주석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류허(劉鶴) 부총리,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이 기간 베이징 공개 활동에 참여했다.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을 떠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급한 ‘업무’는 무엇일까? 올해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지난달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 베이징에서 성대한 기념 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중요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이어 10월경에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열린다. 주제는 공산당 건설(당건) 관련 내용이 될 전망이다. 이로 미루어 지금쯤 시 주석의 7·1연설, 6중전회 결의문 집필소조(팀)을 구성해야 한다.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상무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위 서기 등 고위 당무 책임자가 시 주석과 함께 관영 매체 동정 기사에서 사라졌다. 이들의 칩거는 창당 100주년과 6중전회 문건 준비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전무하다.
시진핑 주석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올해 창당 100주년과 6중전회의 전체 기조는 시 주석의 당내 핵심 권위를 재확립하고 보다 더 강화하는 데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자체 역사 구분론에 따라 지난 1949년 정부 수립 이후 72년을 세 단계로 나누고 있다. 즉 1949년부터 1978년 이전의 마오쩌둥 시대(화궈펑 2년 포함), 1978년부터 2012년 이전의 개혁개방 시대(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포괄), 2012년 이후 시진핑 신시대다. 집권 후 두 번째 10년의 막을 열 중국판 ‘정치의 계절’이 시 주석의 장기 칩거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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