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음반 15장, 유럽서 먼저 알아본 피아니스트 윤홍천
피아니스트 윤홍천(39)이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을 시작한 때는 2012년. 이후 매년 한 장씩 모차르트 소나타를 담은 음반을 냈다. 앨범 5장에 소나타 18곡을 모두 담았다. 지난해에는 슈베르트를 시작했다. 마지막 소나타인 21번과 1번을 한 음반에 담아 녹음해 ‘슈베르트 소나타 I’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렇게 부지런히 낸 앨범이 10년새 15장.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음반 거장’ ‘녹음 장인’으로 통한다. 앨범은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차르트 전곡 녹음 음반은 영국 클래식 잡지인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2010년 첫 독집 음반은 룩셈부르크 피치카토 잡지에서 이달의 음반상을 받았고, 두번째로 낸 슈베르트 음반은 독일 바이에른 클래식 라디오, 쥐트도이체 차이퉁 등에서 추천 음반으로 선정됐다.
한국에서 피아노를 시작해 16세에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했고,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윤홍천은 이처럼 유럽에서 각광받는 연주자다. 특히 음반 녹음, 또 실내악 무대에서 자주 거론된다. 지금껏 낸 앨범의 수록곡은 특이하거나 희귀하지 않다. 피아노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레퍼토리를 담았지만 유럽의 평단은 해석이 독특하고 색이 분명하다는 평을 내놨다. 전화 인터뷰에서 윤홍천은 “영구히 남는 음반 작업은 연주자에게 부담되는 일일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 내 모습을 사진찍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했다. “더 잘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점의 내 음악을 남겨놓는다 생각하고 편하게 음반을 만든다.”
유럽에서 한 무대에 서는 음악가들의 이름은 화려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단원으로 기록됐던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 비올리스트 닐스 묀케마이어와 3중주로 5년 전부터 매년 10여차례 유럽 무대에 서고 있다. 2016년 이들과 함께 녹음한 음반 ‘모차르트 위드 프렌즈’는 독일 에코클래식상을 수상했다. 21세기의 강력한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율리아 피셔와 함께 올 6월부터 오스트리아 등에서 듀오 공연도 연다.
함께 연주하자는 제의가 많지만, 윤홍천은 “다른 악기의 연주를 편하게 잘 맞춰주는 반주자의 역할은 못한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전하고 음악의 해석도 분명히 하는 피아니스트에 가깝다고 한다. “많은 악기가 함께 할 때 피아니스트가 음악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악기와 연주할 때 내 해석을 많이 이야기하고 주장해서 그걸 싫어하는 연주자들도 물론 있었다.”
한국보다 유럽에 초점을 맞춘 윤홍천의 음반 녹음, 실내악 연주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현대 음악 작곡가 콘스탄티아 구르지의 음악을 녹음한 음반이 이달 말 음반사 ECM에서 나온다. 올 8월에는 슈베르트 소나타를 녹음한 두번째 음반도 출시된다.” 한동안 한국 활동이 뜸했지만, 앞으로는 유럽의 연주 파트너들과 내한 공연도 희망하고 있다. “특히 마이어, 묀케마이어와 함께하는 클라리넷ㆍ비올라ㆍ피아노 3중주는 독특한 구성이다. 게다가 셋 다 독주자 기질이 강한 연주자들이라 모차르트, 슈만과 현대곡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연주하면 재미가 있다”고 했다.
윤홍천은 1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모차르트 론도로 시작해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 라벨 ‘거울’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를 연주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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