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안동 270km 퇴계 귀향길, 도포입고 452년 전 그길 재현
1569년 퇴계 이황(1501∼1570)이 임금에게 사직 상소를 올리고 떠난 마지막 귀향길. 서울에서 경북 안동까지 452년 전 그때 그 귀향길을 재현하는 이색 걷기 행사가 열린다.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14일 "오는 15일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올린 경복궁에서 시작해 28일까지 14일 동안 도보로 안동 도산서원까지 가는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퇴계 선생의 귀향길은 재현단이 걷는다. 재현단은 도산서원 '참공부 모임'에 속한 동양철학자, 퇴계 전문학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걷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맞춰 하루 4명씩 돌아가며 걷는다. 귀향길은 270㎞다. 이 중 30㎞는 수몰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배로 이동한다.
코스는 경복궁~봉은사(서울)~미음나루(남양주)~한여울(양평)~배개나루(여주)~흔바위나루~가흥창(충주)~충청감영~청풍관아~단양향교(단양)~풍기관아터(영주)~영주두월리~도산 토계삽골재(안동)~도산서원 등이다.
퇴계 선생이 머물렀던 곳에서는 다양한 강연과 9번의 창수(唱酬·시나 문장을 지어 화답함) 행사가 예정돼 있다.
각 코스를 출발할 때 재현단은 도포를 입는다. 한창 걸을 때는 평상복으로 바꿔 입는다. 퇴계 선생 행사 때 다시 도포를 입는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유튜브로 매일 중계한다.
김 이사장은 "귀향길 재현을 통해 퇴계 선생의 삶과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고, 심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퇴계 선생의 삶의 길을 되돌아보며 '드러냄'이 아닌 '물러남'의 가치를 느껴 모두가 훌륭한 삶을 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퇴계 선생 귀향길 걷기 행사는 2019년 처음 열렸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열지 못하다가 2년 만에 재개했다.
첫 행사 때는 '위대한 발자취, 경(敬)으로 따르다'란 주제로 1569년 음력 3월 경복궁에서 안동 도산서당으로 돌아온 퇴계 선생의 귀향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재현단은 최근 답사기도 냈다.
안동 출신인 퇴계 선생은 선조가 즉위한 이듬해인 1568년 조정이 거듭해서 부르자 고향에서 상경했다. 그는 대제학으로서 어린 임금을 보좌했다. 성리학의 핵심을 응축해 담은 책인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제출했다.
고향에서 학문을 수양하며 만년을 보내고자 한 그는 여러 차례 사직을 청한 끝에 1569년 3월 4일 일시적 귀향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곤 다음날 바로 길을 나섰다고 한다.
퇴계 선생은 임금의 배려로 충주까지 관선(官船)을 이용했고, 이후 죽령을 넘어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했다고 전해진다.
안동=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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