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바다에 버린다는 일본, 다른 방법도 있는데 왜?
[녹색연합]
▲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 1000개가 넘는 탱크에서 오염수를 보관중이다. |
ⓒ Dean Calma / IAEA |
일본 정부가 끝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125만 톤이 넘는 물을 바다에 버리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방류계획 절차를 거쳐 공사를 진행하기까지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전 세계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한 결정에는 어떤 현실이 작동했을까?
일본 정부는 2016년 11월부터 '다핵종제거설비 및 오염수 관리에 대한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오염수 처리 방안을 논의해왔다. 소위원회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이하 IAEA)의 전문가들로부터 제시받은 5가지 처분 방안인 지층 주입, 해양 방출, 수증기 방출, 전기 분해 수소 방출, 지하 매설 방안을 검토했다.
작년 2월 보고서를 통해 이 중 해양 방출과 수증기 방출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발표했고, IAEA는 보고서를 검토하여 해양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가장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답변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는 방법이 어떻게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결정이 될 수 있었을까? 그들이 말하는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비용 합리성에 있었다. 방사능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안전한 기술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인 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해양 방출이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이하 ALPS)를 통해서 유해한 핵종을 제거했다고 주장해왔지만, 전체 오염수의 72%에서 기준치 이상의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골수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하는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의 경우 기준치의 2만 배가 넘는 양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삼중수소는 정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개의치 않았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2차 처리를 통해 오염수의 방사성핵종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기술인 ALPS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고 2차 정화를 통해 얼마나 방사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 국제원자력기구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방문한 모습 |
ⓒ Dean Calma / IAEA |
이에 반해 안전한 처리에 중점을 둔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해양 방류 대신 '대형 탱크 보관'과 '모르타르 고체화 보관'을 제시한다. 대형 탱크 보관은 부지 외부에 1기당 10만 톤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탱크를 만들어 현재 사용하는 1000톤 단위의 탱크에서 오염수를 서서히 옮기는 방법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삼중수소의 경우 반감기가 12.3년으로 장기간 보관하면 방사능 감쇠가 가능하다. 대형 탱크 기술의 경우 석유 비축 시설에서 발전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모르타르 고체화 보관은 오염수를 시멘트와 섞어 모르타르 고체화하여 콘크리트 탱크 안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고체화된 모르타르 안에 삼중수소를 차폐할 수 있어 바다와 지하수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용량이 4배로 늘어나지만 고체화된 삼중수소는 일정하게 차단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 사바나 강 핵시설에서 저준위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모르타르를 사용하고 있어 도입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부지 부족과 건설 기간을 핑계로 장기 보관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 일본 시민사회는 후쿠시마 발전소 주변을 둘러싼 1600ha의 중간저장시설 부지에 설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규제청은 법률상 설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냉각수, 발전소 내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은 하루 평균 180톤이다. 일본 경제 연구센터에서는 지하수 유입을 막지 못하면 2030년까지 80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축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염수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양 방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다핵종제거기술로 농도를 낮출 수도, 제거할 수도 없는 방사성물질이 해양 방류될 경우 해류를 타고 인근 바다를 지나 전 해역이 오염될 것이다. 단순히 국내 해협에 방사능 유입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한번 방류되면 회수가 불가능한 방사능 오염수는 수산물 오염과 그로 인한 인체 피해는 물론 바다 생태계와 환경에 축적되어 재앙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재앙은 비가역적이다. 방사능 오염수 처리는 경제적인 현실만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생명과 안전은 '돈'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더 큰 비용을 치르기 전에 해양방류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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