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집단면역 계획 차질..AZ에 이어 얀센까지 '불안'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거듭 수정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보건 당국이 접종 후 ‘희귀혈전증’ 발생을 이유로 존슨앤드존슨(J&J)사의 얀센 백신에 대한 일시 접종 중단을 권고해 백신 수급 불안이 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내 국민 1200만명에게 1차 접종을 시행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반기 주력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다른 백신의 수급 상황도 불안정해져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4일 보건 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령층 접종 효과 논란이 가라앉나 싶더니 이번에는 매우 드문 혈전증과의 연관성까지 확인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더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30세 미만이 제외되는 등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도 부분적으로 틀어져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매우 드문 혈전증인 ‘뇌정맥동혈전증(CVST)’, ‘내장정맥혈전증’과 관련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7일 만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잠정 보류하고 보건교사, 취약시설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연기했다.
정부는 이로부터 4일 만인 지난 11일 30세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에 대해서는 접종을 재개했다. 일반 혈전과는 연관성이 없고, 접종 시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백신 불안감 속에 접종 동의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접종이 재개된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의 경우 접종 동의율이 88.4%(9만8474명 중 8만7095명)에 달했지만, 특수학교 교사와 유치원·초중고교 보건교사 등 학교·돌봄인력 종사자의 접종 동의율은 70%(5만9365명 중 4만1535명)로 다소 낮은 편이다.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전 국민의 최소 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하는데 백신별 항체 형성률이 다른 만큼 사실상 전 국민의 90% 정도가 접종해야 ‘집단면역 70%’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의 접종 동의율로는 불안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이 30세 미만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근거로 든 11일자 자료에서 오류가 발견된 것도 불신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단은 당시 자료에서 20대에서는 백신 접종에 따른 중증진행 예방 이득이 혈전 생성 위험의 2.1배 수준이지만 30대에선 9배로 높아지고 70대에선 411.4배, 80세 이상은 690.3배로 커진다면서 30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제한했다.
하지만 추진단은 하루 뒤 산출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전 연령에 대한 비교 수치를 모두 정정했다. 20대에선 접종에 따른 이득이 혈전 생성 위험의 10분의 3 수준으로 오히려 더 낮았으며 30대에선 1.3배로 비슷한 수준, 70대에선 61.7배, 80세 이상은 103.5배로 모두 감소했다.
이번 수치 오류로 인해 접종 제외 대상자가 다시 변경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추진단의 접종 재개 결정 과정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30세 미만을 제외하면서 남게 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0∼64세에게 접종한다는 방침이지만 혈전 논란이 있기 전부터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접종 효과’ 논란이 한 차례 불거진 터라 고령층은 화이자 백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 만 75세 이상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고령의 접종자들은 취재진에게 “화이자 백신이 안전하다고 하니 더 안심된다” “위험하다고 해서 안 맞으려고 했는데 화이자라고 해서 맞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백신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은 총 7900만명분이다. 제약사별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 ▲얀센 백신 600만명분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을 확보했고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904만4000명분(1808만8000회분)으로,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59%인 533만7000명분(1067만4000회분)이다. 다만 전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반기 도입할 백신이 2080만회분”이라고 밝혀 확정된 물량 외에 271만2000회분이 추가 도입될 것임을 시사했다. 추진단은 2분기 중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백신 물량을 총 271만2000회분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분기부터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 다른 백신도 도입할 방침이었으나 아직 초도물량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두 번 접종해야 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한 번만 접종하면 돼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아왔던 얀센 백신은 미국에서 접종이 중단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은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얀센 백신 접종자에게서 ‘드물지만 심각한(rare and severe)’ 형태의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 6건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접종중단을 권고했다. 얀센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난 접종자는 모두 여성이며, 연령은 18∼48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서는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뇌정맥동혈전증이 나타났는데 이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드물게 나타날 수 있는 희귀혈전증으로 인정한 부작용 사례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얀센 백신) 도입 전에 이슈가 생겼기 때문에 백신 허가 사항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질병청에서는 해외 동향을 살펴보면서 전문가 회의 소집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초 5월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전망됐던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6월부터 9월까지 1000만명분이 공급되고 나머지 물량은 이후 연내에 공급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노바백스 백신은 국내 기업이 위탁생산하는 만큼 공급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아직 세계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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